[인터뷰] 크리스티나 스몰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양귀비 대신 미생물로 진통제 만든 합성생물학 석학
“바이오 산업 이해하는 전문 투자자, 인재 육성 중요”
크리스티나 스몰케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13일 한국의 합성생물학 육성 전략으로 “인재 육성과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며 “바이오 분야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투자부터 결과(투자금 회수나 기술적 성과)를 얻기까지 오랜기간이 걸려 인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몰케 교수는 이날 제주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바이오 산업 육성에 정부의 장기적 지원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스몰케 교수는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조강연차 방한했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의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인공적으로 설계·제작·합성하는 학문이다. 부품을 조립해 기계를 만들 듯, 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 모더나도 합성생물학을 활용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
스몰케 교수는 합성생물학 분야 석학이다. 2015년 효모(Yeast·단세포 미생물)를 활용해 천연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를 최초 생산했다. 오피오이드는 통증을 제거하는 약물이다. 이 진통제는 보통 양귀비로 만들지만, 미생물로 이를 대체했던 것이다. 그 당시 스몰케 교수는 바이오 기업 ‘안테이아'(Antheia)를 창업했다. 현재까지 기술과 설비 투자 등 명목으로 유치한 투자금은 1500억원에 육박한다.
스몰케 교수는 효모 연구를 시작한 배경으로 “과학적인 호기심과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공급망) 이슈 때문”이라면서 “진통제는 필수의약품이지만, 양귀비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해 들여오기 때문에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의료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몰케 교수에 따르면 기존 방식대로 진통제를 만들면, 양귀비 생산 지역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효모 같은 천연 미생물로 진통제를 만들면, 양귀비 경작을 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진통제를 개발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바이오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양귀비 경작이 아닌 효모를 통해 진통제를 만들면 비용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며 “합성생물학을 통해 더 많은 천연물 유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를 포함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발표했다. 바이오 분야에선 합성생물학을 집중 육성하기로 하면서 향후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 파운드리'(Bio Foundry)를 구축할 예정이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바이오에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접목해 새로운 구조의 DNA(유전자 정보) 등을 설계하는 시설이다.
스몰케 교수는 “미국은 연구개발(R&D)과 산업 생산 시설 등에 지원한다”며 “이런 시설이 없으면 바이오 스타트업과 산업을 육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도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려면 여러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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