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알리바바 주식 70억$ 매도, 지분율 3.8%까지 축소”…
소프트뱅크, 투자 손실에 작년에도 주식 290억$ 매각해
2000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의 만남으로 시작된 양사의 인연이 끝을 향하고 있다. 투자 실패·실적 부진에 직면한 소프트뱅크는 자금 확보 등의 목적으로 지난해 이어 올해도 알리바바 주식 매각하는 등 알리바바 보유 지분 대부분을 처분하고 있다. 한때 30% 이상에 달했던 지분율은 3%대로 내려앉았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우편으로 제출된 규제서류를 분석한 결과, 소프트뱅크가 약 72억달러(9조5328억원) 규모의 알리바바 주식을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번 매각으로 34%까지 달했던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율이 3.8%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소프트뱅크는 FT에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을 해결하기 위해 ‘방어 모드’로 전환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오는 5월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세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FT는 소프트뱅크 핵심 투자사업인 비전펀드의 부진과 대주주로 있는 반도체설계업체 ARM 상장 계획이 이번 매각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ARM의 미국 나스닥 상장 전 알리바바 투자금을 회수해 비전펀드 투자 손실로 흔들린 재정 상황을 재정비하려 한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주식 매각 방식으로 ‘선불 선도 계약'(prepaid forward contracts)을 채택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선불 선도 계약은 향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각하기로 한 주식을 담보로 매각 금액 중 일부를 미리 받는 방식이다. 특히 매각한 주식을 재매수하는 옵션도 포함됐지만,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주식을 다시 매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외신은 짚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알리바바 주식을 매도해 29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주식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비전펀드2에 투입해 부채 상환과 주식 환매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지난해 세계 각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기술주 하락에 흔들렸다.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 수백 곳에 투자한 비전펀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알리바바그룹의 분할 계획도 주식 매각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FT는 “알리바바가 그룹의 6개사로 분할해 재창조를 시도하는 것처럼 (알리바바의) 오랜 후원자(소프트뱅크)도 (지분 처분으로) 퇴장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회사를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타오바오 티몰 커머스 △음식배달서비스 △차이니 아오 스마트 물류 △글로벌 디지털 커머스 △디지털 미디어 엔터 그룹 등 6개사로 분할하고, 자금 조달을 위한 그룹별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 소식에, 홍콩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13일 장 중 한때 5.2% 추락했다가, 한국시간 기준 오후 1시 50분 현재 전일 대비 2.39% 빠진 93.75홍콩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알리바바 주식예탁증서(ADR) 주가는 5.9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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