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두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의 부동산 관련 발언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7월 금리인상기에는 ‘집값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냈으나, 이번엔 ‘연착륙 가능성’, ‘집값 하락속도 둔화’ 등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언급이 다소 우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구입을 망설이는 청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제가 특정 가격 변수에 관해서 언급을 할 때는 저희들 생각과 굉장히 크게 차이가 나서 이 정도면 좀 생각이 확실하다, 이럴 때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의 경우에는 부동산 가격이 워낙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었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 총재는 지난해 7월13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같은 질문에 “이미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금리인상을 통해 (가격이) 조정되는 건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고금리) 위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상황”이라며 사실상 20~30대 청년들이 대출받아 집을 사기엔 부적절한 시기라는 시그널을 줬다.
때문에 이 총재가 전날 구체적인 집값 언급을 피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한은이 생각하는 부동산 가격과 최근 시장 가격 사이 괴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이제는 고강도 긴축이 마무리돼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테니 굳이 한은 총재가 직접 청년들에게 집값 경고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총재는 앞서 해외투자를 하는 ‘서학개미’에도 비슷한 조언을 했다가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해외 투자가 늘자 10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1~2년 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해외 위험자산 등에 투자하는 것은 ‘상투’를 잡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가 이같이 ‘상투’ 경고를 할 때 원·달러 환율은 1420~1430원대였는데, 실제 이후 환율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서학개미들의 수익률 하방을 막아주던 환율 효과가 급감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은 총재 말만 들으면 손해를 안 본다”며 ‘창용신’이란 표현이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이 안정기에 접어든 올해 1월13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비슷한 질문에 “당시 환율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은 지난해 9~10월 (원화가) 과도하게 절하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예외적으로 한 것”이라며 ‘상투’ 언급을 피했다. 집값이나 환율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운 셈이다.
이 총재는 전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유동성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PF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지금은) 저희가 금리를 동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발언을 ‘집 살 시점’이라고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이 총재가 금리 동결을 전제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언급하긴 했으나 아직 국제유가와 물가, 미국의 통화정책 등 기준금리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가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 긴축이 이어지거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불거진 금융 불안이 다시 확산할 경우 부동산 시장이 더 침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는 마치 올해 내에는 금리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많이 형성되고 있는데 금통위원들은 그런 견해가 과도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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