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면회사 닛신식품이 지난 3월 20일 출시한 ‘닛신 야키소바 U.F.O 볶음면 진한 진한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 /사진=닛신식품 홈페이지 |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 최대 라면회사 닛신식품이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 (124,800원 ▲3,200 +2.63%)의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베낀 카피캣 제품을 출시했다. 일본에서 판매 중인 제품인데도 제품명에 ‘볶음면’이라는 한글이 쓰여 있고, 제품 포장 색도 거의 비슷하다.
1960년대 삼양식품은 국산 라면을 만들기 위해 닛신에서 기술을 전수받으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닛신의 라이벌이었던 묘조식품이 기술을 전수해주면서 1963년 한국 최초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라면’이 출시됐다. 이후 60년에 지난 시점에 닛신이 역으로 삼양식품의 히트 상품을 모방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과거엔 한국 식품업체들이 일본 제품을 주로 모방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이제는 일본이 한국 업체 제품을 모방하는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닛신식품은 지난달 컵라면 ‘닛신 야키소바 U.F.O 볶음면 진한 진한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와 봉지라면 ‘닛신 야키소바 볶음면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를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삼양식품이 2018년 선보인 ‘까르보불닭볶음면’과 유사하다.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면은 매운 소스에 치즈를 더해 부드러운 맛을 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닛신식품은 라면 포장지 색상부터 까르보불닭면과 유사한 연한 분홍색을 적용했다. 포장지에 한글 ‘볶음면’이란 표기를 했고, 맛도 한국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은 지난달 말 제품 출시 이후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했다.
닛신식품의 견제로 삼양식품의 일본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삼양식품은 2019년 일본 법인(삼양재팬)을 설립하고 현지 영업을 강화해 왔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일본에서 21억엔(약 208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대부분 불닭볶음면 시리즈에서 비롯됐다.
삼양식품이 2018년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 /사진제공=삼양식품 |
이번 닛신식품의 모방 제품에 대해 삼양식품은 별도 대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본에서 불닭볶음면에 대한 한글과 일본어 상표권을 갖고 있지만 제품명이 달라 법적 대응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현지 마케팅을 강화해서 품질과 맛으로 성과를 내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909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약 67%인 6057억원이 수출로 집계됐다. 해외 매출액의 80% 이상인 약 5000억원이 불닭볶음면 시리즈에서 발생했다. 국가별 매출 비중은 중국이 35%로 가장 높고 동남아와 미국이 각각 20%대 수준이다. 일본 시장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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