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 주택경기 부진 등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급격히 식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가계 금융자산 중 20%를 넘게 차지했던 주식 비중은 다시 10%대로 내려 앉았다. 대신 여윳돈을 예금에 대거 넣어뒀다.
반면 기업은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에 따라 돈 쓸 곳이 많아지면서 1년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렸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자금 운용-자금 조달)은 18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46조9000억원)보다 35조9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COVID-19)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대면 소비가 늘었음에도 소득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자산 운용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가계의 주식 투자가 크게 줄었다. 가계는 지난해 국내외 주식을 40조6121억원어치 사들였는데 이는 2021년(112조8622억원)보다 72조2501억원 적은 규모다.
이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0.8%에서 2022년 17.8%로 3%포인트 급감했다.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의 저축성예금은 82조2000억원에서 182조9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고금리에 가계의 자금 조달도 급감했다. 가계 자금 조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대출)은 2021년 189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66조8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문혜정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2021년 66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75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은이 해당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그만큼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돈을 끌어 썼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채권 발행이 29조1000억원에서 49조원으로 늘었다. 금융기관 대출은 174조3000억원에서 180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문 팀장은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며 “직접금융 조달 여건이 나빠져 주식 발행은 축소됐지만 공기업의 채권발행과 민간기업의 대출을 중심으로 조달 규모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순조달 규모도 2021년 11조1000억원에서 2022년 39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세 수입 증가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집행 등으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는 게 한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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