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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멈춰있던 서울, 글로벌 톱5로”…오세훈이 그리는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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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버섯 쌓고 티타늄 비늘 덮고…죽은 도시 살리는 건축의 힘

스페인 세비야에 위치한 '메트로폴 파라솔' 건축물. '안달루시아의 버섯'으로도 불린다.
스페인 세비야에 위치한 ‘메트로폴 파라솔’ 건축물. ‘안달루시아의 버섯’으로도 불린다.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에는 여행자들이 꼭 보고싶어 하는 건축물이 있다. 버섯을 닮아 ‘안달루시아의 버섯’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 ‘메트로폴 파라솔 (Metropol Parasol)’이다. 메트로폴 파라솔의 시작은 ‘재개발’이었다. 세비야 정부는 1973년 엔카르나시온 광장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혁신적인 건물을 짓고자 했다. 공모를 거쳐 독일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 헤르만의 디자인이 2004년 선정됐다.

‘안달루시아의 버섯’은 아주 크고 버섯 모양을 한 6개 기둥이 웅장한 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세비야의 여느 평범하고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거닐다보면 이같은 광경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여행자들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다. 이 건축물은 내외부가 자연스럽게 열린 공간을 만들어 주변 경관을 끌어안는 느낌을 준다. 지하에는 고대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이 있다. 유물이 나왔다고 개발을 멈추지 않고, 새롭게 어우러질 방법을 찾았다. 결국 유물은 현시대 사람들 일상의 일부, 역사적 자산이 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마켓홀(재래시장) /사진제공=MVRDV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마켓홀(재래시장) /사진제공=MVRDV

‘메트로폴 파라솔’에 앞서 창의적이면서도 도시를 상징할만한 건축물이 스페인 북부 도시 빌바오에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이 건축물은 지역의 혁신건축물, 랜드마크 하나가 지역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빌바오 효과’라는 말의 어원이 됐다. 빌바오는 몰락한 소도시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인구의 3배에 가까운 100만명의 관광객이 매년 찾는 도시가 됐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시작은 ‘도시재생사업’이었다. 빌바오는 북대서양으로 이어지는 네르비온강에 인접한 지리 상 조선업이 번창한 도시였다. 하지만 1980년대 아시아 국가들이 조선업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도시도 몰락했다. 빌바오는 ‘문화관광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 구겐하임 재단이 새 구겐하임 미술관을 짓기 위해 자리를 물색중이라는 소식을 접한 빌바오시는 구겐하임 재단을 만났고 상징적인 건축물을 빌바오에 짓자고 제안했다.

도시가 새로 태어나려면 ‘문화’가 살아나야 하고, 혁신 건축물의 힘이 필요하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결국 건축이 추진됐고 기둥과 보가 없는, 기존에 없던 건축물이 탄생했다. 미술관 외관에는 0.3mm(밀리미터) 두께 티타늄 3만3000개를 이어붙였는데 그 무게가 60t(톤)에 달한다. 물고기 비늘처럼 빛나며 웅장한 선박 같기도 해 조선업이 호황이던 과거 시절을 떠올리게하는 역사적 의미도 지닌다.

도시의 혁신을 건축으로 보여준 사례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에 적용하면 어떨까, 고민하며 참고한 곳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잘 지은 건축물 하나가 도시 운명을 바꾼다는 게 오 시장 지론이다.

(서울=뉴스1) = 서울시는 지난 8일 세계 최대규모의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링’을 마포구 상암동 소재 하늘공원에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추진 내용을 발표했다. (서울시 제공) 2023.3.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 서울시는 지난 8일 세계 최대규모의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링’을 마포구 상암동 소재 하늘공원에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추진 내용을 발표했다. (서울시 제공) 2023.3.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 시장은 서울의 오래되고 성냥갑처럼 똑같이 생긴 아파트들도 혁신 건축물도 새로 태어날 수 있다고 본다.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이나, 50층 이상 아파트 건립을 허용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여의도 시범, 압구정 현대, 잠실 주공 5단지, 은마 아파트 등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들이 서울의 상징이 될만큼 혁신적인 건축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오 시장은 “서울에는 특색 없고 획일적인 건축물이 대부분이어서 매력적인 도시로 보기에는 부족했다”며 “이제는 매력 요소를 가미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과 건축 행정에 매진해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혁신 디자인 건축물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 방안과 제도가 나오면 서울의 모습은 180도 달라질 전망이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입혀 랜드마크로 변한 전통시장·슈퍼마켓·공동주택 복합건축물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마켓홀’, 물 위에 떠 있는 주거건물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슬루이슈이’ 같은 명소가 탄생할 수 있다. 이 건물들은 그 존재 자체로 전 세계 방문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발표한 '도시 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 첫 적용 사례로 노들섬이 한강의 새 랜드마크로 거듭날 전망이다. 한강의 석양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보행교를 신설하고 수상예술무대도 설치, '365일 음악과 예술이 흐르는' 명소로 가꿔간다는 계획이다. 노들섬 사업은 오는 3월까지 이어지는 공모를 통해 절차에 따라 최종 설계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들섬. 2023.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발표한 ‘도시 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 첫 적용 사례로 노들섬이 한강의 새 랜드마크로 거듭날 전망이다. 한강의 석양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보행교를 신설하고 수상예술무대도 설치, ‘365일 음악과 예술이 흐르는’ 명소로 가꿔간다는 계획이다. 노들섬 사업은 오는 3월까지 이어지는 공모를 통해 절차에 따라 최종 설계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들섬. 2023.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세훈이 그리는 미래서울…신속한 추진력으로 변화 주도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시청에서 '한강르네상스2.0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이전 한강르네상스사업의 2.0버전으로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을 비전으로 4대 핵심전략, 55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3.3.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시청에서 ‘한강르네상스2.0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이전 한강르네상스사업의 2.0버전으로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을 비전으로 4대 핵심전략, 55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3.3.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인이 사랑하는 매력적인 서울’

오세훈 서울시장의 목표다. 오 시장은 서울을 ‘글로벌 톱 5’에 드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제39대 서울시장 취임 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서울은 IT인프라, 인적자원, 산과 강이라는 천혜의 자연자원도 있다. 도시 계획만 성공하면 5년 내 5위권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살고 싶고, 서울을 찾고 싶고, 돈을 싸 들고 와서 사업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실제로 다양한 개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이 서울의 경쟁력’에 집중하는 이유는 ‘서울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그야말로 도시 경쟁이다. 각 도시는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서울은 멈춰있었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다.

그는 “사업 추진에서 중요한 건 ‘시장의 시간’이 아니라 ‘도시의 시간’으로 임기 내 반드시 완공시켜야 한다는 마음보다 사업 추진의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보존’을 이유로 10년 동안 방치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보며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년 전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환골탈태했을 공간이 서울 도심 속에 아직 가장 낙후된 공간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계획 무산 이후 방치돼왔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역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계기로 이번에는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땅의 용도·용적률에 구애받지 않는 과감한 도시개발을 추진 중이다.

오 시장은 싱가포르와 유럽 등 혁신 디자인 건축물의 모범사례가 되는 도시를 두루 방문하며 도시 계획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관광명소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주거·관광·국제업무 복합개발단지 ‘마리나 원’을 보며 구도심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석양 명소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방문해서는 한강에서 석양을 만끽할 수 있는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 구상을 밝혔다.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혁신 건축물을 보유한 유럽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서울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오 시장은 임기 초부터 매력적 도시를 만든다는 철학을 꾸준히 밝혀왔다. 대표 사례가 35층 높이제한 폐지를 골자로 하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이다. 서울플랜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각종 계획의 지침이 되는 최상위 공간계획이다. 향후 20년 서울이 지향하는 도시공간의 미래상을 담는다. 기존 경직적·일률적 도시계획 규제에서 탈피해 다양한 미래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유연한 체계로 전환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서울의 변화에 진심’이라는 평가를 받는 오 시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를 현명하게 잘 활용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개발 계획이라도 집값이 급등하거나 불안정해지면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는 시유지 중 규모가 가장 크지만 10년 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시는 이곳을 코엑스보다 규모가 큰 60층 높이의 업무·상업·문화 복합단지로 개발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큰 호재로 볼 수 있지만 시장 침체기로 주변 집값이 널뛰는 등의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시장만 네 번째인 오 시장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빠르게 추진하면서 변화의 물결을 탄 서울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높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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