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업보고서상 전체 직원수 3901명
노조 “모수 기준 달라 과반노조 달성 여부 애매”
IT업계 첫 대형 과반노조 출범 기대를 모았던
카카오 노동조합이 과반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직이 빈번하고 개인화된 IT업계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판교 주축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합당한 보상과 처우에 예민한 만큼 향후 노조 가입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은 아직 회사에 과반노조 달성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1월 크루유니언은 “카카오 본사 조합원은 약 1900명으로, 모수 기준이 불명확해 근로기준법 기준 과반노조인지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입률 계산 기준인 전체 직원 수가 불분명해 과반노조를 공식화하기엔 이르다는 설명인데, 지난 20일 공개된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은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3901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보고서 기준(3603명)으론 과반 달성이 확실시됐으나, 반년 만엔 임직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카카오 내부에선 과반 달성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카오 한 직원은 “간발의 차로 가입률이 과반에 미달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노조도 과반 달성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다. 서승욱 지회장은 “사업보고서와 내부에서 통용되는 전체 직원 수에 차이가 있긴 하다”라며 “과반노조로서 교섭을 요청할 땐 (직원수) 기준이 정해질 것 같으나, 아직은 애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직이 자유로운 IT업계 특성상 노조 가입률이 낮다고 말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데’ 굳이 회사에 남아 노조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낮은 만큼 MZ세대의 개인화 성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의 또다른 직원은 “노조에 가입해 더딘 변화를 만들기보단 회사를 옮기는 게 더 빠른 해결책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임원만 스톡옵션 잭팟 안돼”…MZ 직원 목소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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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업계 분위기에도 카카오가 전 계열사에서 40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한 건 달라진 노동문화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고공행진 했던 IT기업 성장률이 주춤하면서 줄어든 보상과 근무제도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카카오에서도 홍은택 대표와 직원 간 간담회에서 소수 임원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형태로 보상이 집중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카카오 직원의 평균 연봉은 스톡옵션을 포함해 전년 대비 19% 줄었는데, 조수용·여민수 전 공동대표는 스톡옵션 행사이익으로 지난해에만 364억4700만원, 334억1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올해 직원들의 평균 연봉 인상률도 전년(15%)의 절반 수준인 6%다. 서 지회장은 “지난해 실적 부진에 대해 직원들은 고통분담을 했지만, 경영진은 최상위권의 보상을 받았다. 임직원의 보상 방향성이 같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재임 동안 주가가 2배로 오르지 않으면 스톡옵션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다.
한편, 크루유니언은 최근 원격근무제가 업무효율 및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내 설문조사를 완료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사례를 종합한 보고서를 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6월 단체협약 때 △근무제 변경 시 구성원 직접 동의 절차 보장 △조직 단위 효율적 결정 보장 안을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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