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올해 완화적인 통화·재정정책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돈을 풀어 내수·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면 우리 수출이나 환율 안정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따라주지 않으면 가뜩이나 부정적인 경제 전망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리오프닝에도 주춤…中 회복세 우려
29일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천명하고 내수촉진과 경제개방에 집중하고 있으나 최근 잇따라 제조업과 소비 등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글로벌 금융 불안이 다소 완화하며 아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였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0.19%, 0.70% 하락 마감해 성장 둔화 이슈가 더 부각됐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축적된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당장 소비로 전환되긴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 소비 회복이 2분기 고점을 찍은 뒤 다시 둔화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제조업 역시 올해 1~2월 기업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9% 줄어드는 등 여전히 힘든 모습이다. 시장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액 감소폭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올해 경제 회복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중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공개한 북경사무소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대내외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고 안정적 경기회복세 지속을 위해 내수촉진, 고용안정, 개혁·혁신, 리스크관리 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민은행도 실물경제 지원 과정에서 선별적인 유동성 공급수단을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돈 푸는 인민은행…위안화 영향력 확대
인민은행은 이달 27일부터 은행 예금준비율(지준율)을 0.25%포인트 인하해 운용 중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약 5000억위안(약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와 역행하는 지준율 인하 조치를 꺼내 든 것은 그만큼 경제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실물경제에 대한 장기유동성 공급차원에서 올해 하반기 중 지준율을 0.25%포인트 내외로 한차례 정도 추가 인하할 소지가 있다”며 “인민은행은 주택구입 실수요자들의 금융비용 완화 등을 위해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도 적절한 시기에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역외 위안화 시장 발전과 국제무역 개방을 통해 위안화 위상도 제고하고 있다. 전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부채가 많은 전세계 22개국에 빌려준 자금이 2400억달러(약 312조원)에 달한다며 “중국이 국제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거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오랫동안 유지돼온 달러 패권을 깨고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中회복세 주목…韓 환율·금리·수출 영향
중국 경제가 성장률을 회복하고 위안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우리 수출이나 성장뿐 아니라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통상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도 따라 오로는 강한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중국 성장 흐름은 2주 앞으로 다가온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경기회복, 부동산 시장 상황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고 금리를 결정하자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올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전락한 가운데, 앞으로 대중 수출에도 중국의 회복세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중 무역적자 누적액은 약 6조6000억원에 달하는데, 여기엔 중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입 둔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면서도 “2분기부터는 중국의 재정정책이 강화되고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도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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