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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안전자산의 선호가 올라가면서 금 시세(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가 8만원을 돌파했다. 금 1돈(3.75g) 시세는 40만원에 육박한다. 금리 인상 사이클 후반기라는 인식에 금의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국제 금 시세는 전 거래일 대비 0.93%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1969.27달러에 마쳤다. 지난 20일 1988.53달러로 연중 최고를 기록한 후 2000달러를 넘보는 모양새다.
국내 금값도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KRX 금시장이 설립된 2014년 3월24일 이후 처음으로 금 시세는 지난 21일 8만349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 1돈의 가격은 36만2000원으로 한 달 전(32만9000원)과 비교하면 10% 올랐다.
금값이 상승하고 있는 배경은 미국 SVB 파산과 스위스 CS 위기 등 대형 은행에서 불거진 불안이다. 금은 대체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는 국면에서 투자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을 매집하고 있다.
세계 금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1136톤으로 1967년 이후 5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금 보유량을 늘렸다.
국내 증권사들은 금값이 2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매수, 미·중 무역 마찰 등 정치적 역학도 금 수요를 자극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2100달러, 대신증권 2070달러,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00달러로 금 가격 최고치를 관측했다.
다만 일각에선 금값이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간의 딜레마로 2020년과 같은 실질금리 하락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 가격은 사상 최고가였던 2063달러(온스)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예상과 다르게 달러화 강세 압력이 높아져 금 가격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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