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에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 19일 오후 전남 화순군 사평면 주암호 상류에서 주암댐 건축 이후 수몰됐던 다리가 가뭄 여파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뉴시스 |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진 남부지방 가뭄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강수량이 예년의 3분의 2에 불과한 탓에 호남지역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댐의 저수율은 예년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가뭄의 장기화로 광주 등 호남지역 제한급수 가능성이 나오고 여수광양 산업단지(산단) 입주기업은 올 하반기 예정했던 정기점검을 앞당기고 있다.
24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호남지역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다목적댐 섬진강댐의 23일 오전 9시 기준 저수율은 19%다. 예년 저수율 42%와 비교하면 45% 수준의 저수율이다. 섬진강댐은 김제와 정읍, 부안 등 전북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주요댐이다.
전남 11개 시·군, 광주 서·남·광산구 생활용수와 여수·광양 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주암댐의 저수율은 21%, 평년의 49%에 불과하다. 당국은 가뭄단계가 ‘심각’인 섬진강댐과 주암댐의 생활·공업용수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저수여력이 있는 인근 부암댐과 보성강댐의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영산강에 위치한 용수댐인 평림댐의 저수율도 예년의 56% 수준인 30%에 그치고 있다.
영산강·섬진강 권역에 비해 사정이 났지만 낙동강에 설치된 안동댐·임하댐·합천댐·영천댐 등 4곳의 가뭄단계도 ‘주의’이다. 23일 낙동강 용수댐인 운문댐도 가뭄단계 ‘관심’으로 진입해 가뭄관리에 들어간 낙동강권역 댐은 총 5개로 늘어났다.
호남지역 가뭄이 길어지고 수위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광주 등 일부 지역엔 제한급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6월 한반도에 홍수기가 돌아오면 이번 가뭄이 해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지역 주요댐의 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4~5월에서 6월로 미뤄졌고 여름철 장마와 태풍이 오기까지는 용수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란 계산이다. 최악의 경우 저수위 아래 사수위(저수기능을 상실한 정도의 수위)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수와 광양에 위치한 산단의 생산차질도 발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중앙·지방 합동 가뭄대책 긴급 점검 및 대응 강화 회의’를 열고 여수·광양 산단 입주기업의 공장 정비시기를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조정하도록 독려했다. 여수산단 참여기업은 LG화학·GS칼텍스 등 141개 기업이고 광양 산단에서는 포스코가 해당한다.
가뭄의 장기화와 주요댐 수위 저하로 인해 공업용수 공급이 어려워지는 만큼 1년에 한번 진행해야하는 생산설비 점검을 가뭄해소 이전인 상반기로 앞당기자는 것이지만 결국 산단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셈이다. 이와 더불어 여수광양 산단 입주기업은 부족한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폐수재이용과 해수담수화 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냉각수 외부배출을 줄이는 등 공업용수의 낭비도 최소화하는 대책을 시행 중이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이번과 같은 호남지역 가뭄에 따른 생활·공업용수 부족 현상을 막기위한 중장기 가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중장기 가뭄대책에는 저수율이 떨어지는 주요댐과 인근 댐들의 연결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공업용수 공급 여력을 갖추도록 하는 한편 해수담수화 기술 개발 등으로 도서지역 용수부족에 대응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호남지역 가뭄과 강수량이 현재 추세를 보인다고해도 6월까지 용수공급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수자원의 확보와 이번과 유사한 가뭄에도 문제없이 견딜 수 있도록 중장기 가뭄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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