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총괄 회장이 방문한 국내 주요 백화점 명단에 더현대 서울이 포함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아르노 회장이 방한 후 이틀간 둘러본 국내 백화점 가운데 루이비통이 입점하지 않은 유일한 백화점이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필두로 글로벌 주요 명품 브랜드가 지역별 매장 수를 제한하는 등 추가 출점에 까다로운 상황에서 아르노 회장의 더현대 서울 방문이 분기점이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전날 오후 5시10분께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 도착, 약 10분간 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더현대 서울 1층에 있는 LVMH그룹 내 브랜드 디올, 불가리, 티파니앤코 매장을 방문했다. 디올 매장에는 딸인 델핀 아르노를 대동했고, 티파니 매장에선 아들 알렉상드로 아르노와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앞서 오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아르노 회장을 응대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이날이 정주영 고(故)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2주기인 만큼 오후 일정엔 동참하지 않았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등이 아르노 회장과 동행했다.
이날 아르노 회장 방문에 앞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건 루이비통의 더현대 서울 입점 여부 및 시기다. 2021년 2월 오픈한 더현대 서울은 개점 2년차(2022년 2월23일~2023년 2월22일)에 매출 9770억원을 기록, 올해 백화점 업계 최단기간 연 매출 1조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에루샤 등 대표 명품 없이 받아든 성적표로, 업계에선 주요 명품 브랜드 추가 입점이 이뤄지면 매출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에루샤 가운데 루이비통은 더현대 서울 오픈 초부터 입점 논의를 이어온 곳인데다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목동점 루이비통 매장이 영업을 종료한 만큼 가장 먼저 입점 소식을 전할 브랜드로 점쳐졌다. 업계는 올해 안에 더현대 서울에 루이비통이 입점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날 아르노 회장의 방문이 특히 눈길을 끈 이유다. 아르노 회장이 떠난 후 LVMH 직원들과 루이비통코리아 관계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오는 30일 오픈 예정인 LVMH 그룹 브랜드 셀린느 매장 앞에서 1층 매장 안내도 등을 살피며 논의를 진행하고, 더현대 서울을 20여분 더 둘러보다가 자리를 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루이비통 입점에 관해 확정된 사실은 없다”면서도 “입점 논의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아르노 회장은 20일 방한 후 롯데백화점 본점·잠실점과 면세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면세점, 디올 성수,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등을 찾은 데 이어 이튿날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더현대 서울 등을 찾아 LVMH그룹 브랜드 매장을 살폈다. 이후 리움미술관도 비공개 방문했다. 각각의 방문엔 신동빈 롯데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을 비롯해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김은수 갤러리아 대표 등이 자리해 아르노 회장을 맞이했다.
아르노 회장의 짧은 방문에도 유통업계 수장들이 총출동해 의전에 나서는 데는 LVMH그룹이 글로벌 주요 명품 브랜드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과 디올·펜디·셀린느·티파니앤코·모엣샹동 등 다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수장으로 ‘명품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말 블룸버그가 발표한 억만장자 지수에서 재산 보유액이 순자산 기준 1708억달러(약 223조원)로 전 세계 부자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명품 수요가 크게 늘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 유치는 각 채널의 더 큰 경쟁력이 됐다. 지역별 매장 개수를 제한하는 주요 명품 운영 방침상 백화점별 명품 유치 경쟁이 치열한 데다, 면세점 역시 루이비통을 필두로 시내 면세점 점진적 철수 및 공항 면세점 확대 정책을 쓰고 있어 아르노 회장을 맞은 유통가의 셈법은 모두 다르다. 각사 오너를 비롯한 대표들이 앞장서 아르노 회장을 맞은 건 백화점 및 공항 면세점 내 LVMH그룹 브랜드 확대, 시내 면세점 유지 및 추가 유치 등을 위해 힘을 싣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아르노 회장의 이번 방한은 2019년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그는 2016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유통가 주요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남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코로나19 기간 국내 명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 만큼 LVMH 입장에서도 국내 백화점·면세점 내 신규 매장 유치 및 추가 투자 등을 포함한 사업 구상을 염두에 둔 방문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소비액은 168억달러(약 22조원)로 직전 대비 24% 늘었다. 1인당 구매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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