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뛰었다. 은행발 위기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위안화 약세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0.1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7.9원 오른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0.2원 내린 130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하락폭을 키워 장중 한때 1299원까지 떨어졌다.
주말 사이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약 32억3000만달러(약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금융시장 충격파를 제한한 영향이었다. 이 과정에서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UBS에 1000억 스위스프랑(1080억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시에 90억 스위스프랑 한도의 잠재적 자산손실 보전도 약속했다.
여기에 미국, 유럽,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 6개국 중앙은행이 달러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조치를 발표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중앙은행은 1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7일 만기 스와프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리는 방안 등을 발표하며 금융여건 경색 우려를 진화하는 데 온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책도 은행발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진 못하면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등 미국 중소 지역은행이 연쇄 파산하며 고조된 금융권 위기감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퍼진 영향이다.
이에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일 오전 3시(현지시간) 103.9까지 올랐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융시스템 불안을 종식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에도 위험회피 심리가 아직 종식되진 않았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의 외인 이탈과 달러 선호 심리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이 오는 27일부터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25%포인트 인하키로 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 제한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자본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Proxy·대리)’로도 불린다. 시장은 중국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를 경기부양 기대가 아닌 글로벌 긴축 역행으로 해석하면서 위안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권아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금융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부진한 국내 경상수급이 원/달러 환율의 유의미한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2분기 이후 에너지 수입 부담 경감과 대중국 수출 개선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