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년 4개월 만에 배럴당 60달러대로 내려왔다. 실리콘밸리은행, 크레디트스위스발(發) 금융불안 여파다. 반대로 안전자산 수요가 폭증하며 금과 은 가격은 고공행진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배럴당 68.35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WTI 유가는 지난 15일 배럴당 67.61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12월 이후 약 1년 4개월만에 70달러를 밑돈 것이다.
연이은 금융불안에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진 탓이다. 원유는 실물경기에 민감한 원자재 중 하나다.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꺾일 것이란 우려가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원유뿐 아니라 구리 가격도 하락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지난 16일 톤당 853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고점(1월18일) 대비 9.65% 빠졌다.
고찬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와 구리 모두 경기민감재로 글로벌 금융불안에 가장 빠르게 반응했다”며 “중국의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으로 인한 수요가 어느 정도 있겠으나 악화된 투자심리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 증가세, 전략비축유 방출 재개 등 수급적 요인도 국제유가의 하방 압력을 높였다”며 “뱅크런 사태 이후 긴축 완화보다 경기침체 우려를 더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귀금속 가격은 다시 치솟고 있다. 지난 16일 LME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온스당 1925.55달러, 은 가격은 온스당 21.86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올초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에 귀금속 가격이 고공행진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이자 지난 2월부터 조정을 받았다.
원유·구리↓ 금·은↑…”당분간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다시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긴 힘들 거라고 예상한다. 각국의 금융당국이 다급히 위기진압에 나섰지만 뱅크런 이슈가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KB증권은 국제유가의 저점 시기와 회복속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2009년과 같이 시스템적 위기로 확산되면 국제유가는 평균 배럴당 60달러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이 언더슈팅(단기간 급락)이 발생한다면 일시적으로 배럴당 30~40달러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반대로 귀금속 가격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탈(脫)달러 현상과 경기침체를 대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대거 사들였는데 향후에도 귀금속 수요가 늘 거라고 봤다.
세계 금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1136톤으로 1967년 이후 5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금 보유량을 늘렸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글로벌 경기가 침체로 진입하고 L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경기침체 및 저성장, 고물가 시기엔 금은 자산시장 내 수익률이 양호했는데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한 금 투자 환경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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