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대만으로 수출된 농심 신라면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대만의 공영방송사인 중화텔레비전(CTS) 등에 따르면 대만 식품약물관리서는 17일(현지시간)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맛 사발면 수프에서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편의점에 진열된 신라면 모습. 2023.1.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대만 보건당국은 농심의 수출용 라면 제품인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 대해 유해물질 검출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했다. 비슷한 시기 태국 정부도 같은 제품에 대해 유통금지 조치를 취했다. 식품업계에선 K라면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주요 라면 소비국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만과 태국의 식품 기준은 인체에 유해한 EO(에틸렌옥사이드)와 상대적으로 안전한 2-CE(2 클로로에탄올)를 합산해 표기한다. 미국 기준을 따르는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이 분리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수출 라면에 포함된 에틸렌옥사이드는 기준치를 밑돌지만 2 클로로에탄올과 합산하는 방식을 취하다보니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대만 당국은 최근 수입 라면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수입라면에 에틸렌옥사이드 검출 사례는 인도네시아 제품이 13건으로 가장 많고, 일본과 베트남, 필리핀이 각각 7건, 한국이 3건이다.
대만의 라면 검역 강화는 자국 기업 보호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대만의 라면 소비규모는 2021년 기준 연간 9억개 정도로 16위 라면 소비국가지만 1인당 연간 라면소비량은 38개로 9위다. 자국내 식품 1위 기업 퉁이그룹(통일기업, 유니 프레지던트)이 라면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 수입라면이 늘어나면서 위협받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라면의 대만 수출액은 2017년 2000만달러였지만 지난해 3000만달러로 증가세다.
태국 역시 K라면의 성장을 주시하는 국가 중 하나다. 태국의 연간 라면소비량은 36억개로 세계 9위 라면소비국이다. 1인당 연간 라면소비량은 52개나 된다. 베트남(88개), 한국(73개), 네팔(55개)에 이어 4번째다. 태국은 라면을 ‘마마’라고 부르는데 현지기업인 타이 프레지던트 푸드가 마마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K라면의 태국 수출액은 2017년 1900만달러에 못미쳤지만 지난해 3000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해외 다른 국가들의 K라면에 대한 견제는 비단 검역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에선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유통기한이 한국 내수용 제품보다 2배 긴 1년으로 표기했다며 문제삼았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에서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을 중국에 판매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국가별 식품안전규정에 맞게 신선도를 관리하면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지만 상당한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라면 소비 1위국이다. 홍콩을 포함해 연간 439억개를 소비한다.
윤아리 삼양식품 품질안전센터장은 “안전에 문제가 없지만 여러 국가에서 문제를 삼는 것은 결국 K라면의 인기에 대한 견제”라며 “앞으로 견제는 더 늘어나겠지만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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