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천문연구원, 올해 인건비 사실상 제자리 걸음
인력은 없는데…수행할 연구는 늘고 우주청도 지원해야
윤석열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초기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국내 우주개발 생태계는 정부 주도로 커온 특성상 우주청 개청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등 출연연 역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조차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어 우주청 지원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16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올해 항우연·천문연 인건비는 각각 947억5000여만원과 243억3500여만원이다. 지난해 대비 2~3% 오른 예산으로, 사실상 물가 상승분에 해당한다.
지난해 대비 올해 인건비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지만, 항우연 연구사업비는 100억원가량 늘어났다. 이는 연구자 충원은 없지만 수행해야 할 연구는 대폭 늘어났다는 의미다. 항우연은 우주 분야 핵심 연구기관으로, 누리호 등 우주 발사체와 각종 인공위성,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우주청 개청에 추가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천문연의 경우 인건비는 4억여원 늘었지만, 연구사업비는 오히려 10억원 넘게 줄었다. 천문연은 천문 우주과학 분야와 우주물체 감시, 우주탐사 등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우주 발사체와 인공위성 기술을 자립한 만큼, 우주탐사 수요가 생겼고 이를 천문연이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 탓에 천문연이 주도적으로 정부 연구과제를 기획하거나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천문연 고위 관계자는 “우주 분야 출연연에서 신규 인력 채용이 손에 꼽힐 정도인데 우주청 인력은 어떻게 지원할지 걱정”이라며 “우주청에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했지만, 우주 분야 기술과 정책 역량은 여전히 출연연에 축적돼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청 개청, 국가 정책 입안에 출연연 역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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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우주청 설립 특별법에 민간 전문가 영입뿐만 아니라 출연연 연구자의 파견·겸직 등 조항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출연연 인력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우주청에 인력을 파견하거나 겸직을 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25개 과학기술 출연연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에 따라 신규 인력 채용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출연연은 정년퇴임과 이직 등 결원이 생겼을 때만 그와 동일한 규모로 인력을 뽑을 수 있다. 연구 인력을 신규로 충원하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획재정부 등에 각종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승인되는 경우는 드물다.
정영진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는 “우주청 직원들은 공무원처럼 단순 업무를 수행해선 안 되고, 직접 정책·법령 연구에 나서야 한다”며 “국가 우주정책과 국제협력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초기 인력이 최소 400명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가 우주정책을 만들 때 항우연이나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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