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윤주혜 기자 |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연준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결단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16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전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하며, 앞서 월스트리트가 전망한 수준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월의 상승폭(6.4%)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지난 2021년 9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작은 상승폭이다.
해당 지표는 전월 대비로도 0.4%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와 일치했다.
또한 에너지 물가는 전월(2.0%) 대비 0.6% 하락 전환했으며, 천연가스와 연료유 가격도 각각 전월 대비 8.0%, 7.9% 급락했다.
다만,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식료품 물가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9.5% 올랐으며, 전월 대비로는 감소했던 에너지 물가도 전년 대비로는 5.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최근 연준이 주시하고 있는 근원 CPI(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가 전년 동월 대비 5.5%, 전월 대비 0.5% 오름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 1월(0.4%)보다 증가폭이 커진 수준이다.
특히 주거비가 전월 대비 0.8%, 전년 동월 대비 8.1%로 각각 급등했다.
노동부 측은 “주거비 급등 현상이 근원 CPI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미 고용지표 호조와 여전히 6.0%대에 머물고 있는 물가 지표로 인해, 다음주 FOMC에서 연준이 강도 높은 긴축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예상치 못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여파로, 사실상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SVB 파산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에 반영된 정책금리 기대를 보면 빅스텝 가능성은 0%대로 축소됐고, 0.25%포인트 인상이 95%대로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SVB 파산 사태로 미국 금융시장의 미래가 불안정해졌다”라며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인상을 건너 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SVB 사태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초래한 부정적인 효과가 등장한 대표적인 부작용이었다”며 “3월 FOMC에서 연준이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 속에서의 노스텝이나 백스텝 선택지는 되려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며 “기민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그러한 연준의 정책 결정을 놓고, 이번 SVB 사태 파장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쪽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중앙은행에 대한 정책의 신뢰성도 재차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연준 빅스텝 불가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한국은행도 이달 한미 금리 격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3월 FOMC에서의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으며, 6%까지 반영하고 있떤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는 5.25%가 될 것”이라며 “연준의 긴축 우려 후퇴로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도 완화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은이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며 “국고 금리는 이미 한 차례 추가 인상을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인상 전망의 후퇴와 안전 자산 선호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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