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반도체 수출규제 해제는 근시일내, 수출우대국 지정은 시일 걸려”
(세종=뉴스1) =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정책관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한일 수출규제 현안과 관련해 브리핑한 후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2023.3.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반도체 관련 일본의 수출 규제가 가까운 시일 내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화이트리스트)로 지정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 부처와 내각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서다. 공식 한일 정책대화 채널 개통 시점도 중요 변수다.
정부 관계자는 9일 “수출규제는 일본 경제산업성 규정에 따른 조치인만큼 규제 해제에 시간이 길게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화이트리스트는 일본 내각의 의결 사항인 만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 경산성은 2019년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 폴리이미드, EUV 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한달 후인 8월 28일에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우리 정부는 같은 해 9월 11일 일본의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미·중 갈등과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블럭화가 심화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6일 일본과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협의를 진행하는 기간 동안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동시에 양국정부는 한일 수출관리 국장급 정책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산업부와 경산성의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는 2020년 3월 10일 제8차 대화를 화상으로 개최한 이후 중단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9차 정책대화를 최대한 조속히 열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수출규제 해제와 화이트리스트 재지정에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 기업도 일본 정부의 규제 이후 수입처 다변화, 국내 개발 등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에 따른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통제 이후 반도체 소재 분야는 대안을 모색하거나 정부 지원으로 상당부분 극복해냈다”며 “다만 반도체 장비 분야는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도 주요 공급처”라고 말했다.
핵심은 안정적인 공급망 체계 강화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통제 등 전세계가 특정 산업의 공급망 구축에 있어 일종의 ‘블록화’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일본과 논의는 2019년 전으로의 관계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각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이뤄지고 공급망 구축도 국가별로 블럭화되는 흐름에서 양국은 협력 채널 개통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강화 차원에서 채널 다변화가 필요하고 정보 교류, 공동 대처 등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 해소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일본맥주 다시 찾네…잠잠해진 ‘노노재팬’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면서 2019년 7월 일본 수출규제 이후 타격을 입었던 일본산 소비재 수입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일본산 제품을 불매하는 ‘노노재팬 운동’으로 수입이 급감했던 일본산 맥주, 자동차, 의류 등도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소비재는 아사히·삿포로·기린 등 일본산 맥주다. 일본산 맥주의 월간 수입액은 2019년 7월 430만 달러대에서 같은 해 8월 22만3000달러로 급감했고 9월엔 6000달러까지 내려갔다.
불매 운동이 약해지고 코로나19(COVID-19)가 완화되면서 일본산 맥주 수입이 회복되고 있지만 수출규제 이전 규모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150만3000달러) 수출규제 이후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넘긴 후 올해 1월(200만4000달러) 처음으로 200만 달러를 넘겼다.
전체 맥주 수입액 중 일본산 비중은 2018년 25.3%에 달했으나 2019년 14.2%에 이어 2020년 2.5%로 추락했다. 2021년 3.1%로 소폭 증가했고 지난해 7.4%를 기록했다. 2019년 3975만6000달러였던 일본 맥주 연간 수입액은 2020년 566만8000달러로 급감했다가 2021년 687만5000달러, 2022년 1448만4000달러로 회복되고 있다.
유니클로 등 국내에 진출한 일본 의류업체들도 일본 수출규제 이후 큰 타격을 입었다가 회복 중이다. 노재팬 운동이 시작됐던 2019년 8월말 190곳이었던 유니클로 매장 수는 지난달 기준 125곳으로 줄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19년도 매출(2019년 9월~2020년 8월)은 6298억원으로 직전 회계연도(1조3781억원)보다 54.3% 급감했다.
불매운동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2020년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은 5824억원으로 7.5% 감소했다. 2021년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액은 70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9% 늘며 회복 추세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1148억원으로 116.8% 증가했다.
일본 브랜드 수입차 판매도 4년간 암흑기를 겪었다. 지난해 일본 브랜드 수입차 판매는 1만6991대로 일본 브랜드가 가장 많이 팔렸던 2018년(4만5253대)과 비교해 판매가 62.5% 급감했다. 이는 2007년(1만7633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입차 시장 비중도 2018년 17.3%에서 지난해 5.9% 수준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한국닛산은 2020년 서비스망과 부품공급망만 남기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고급차 브랜드인 인피니티도 함께 철수했다.
최근 들어서야 일본 수입차 시장에 온기가 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렉서스와 토요타 신규 등록 대수는 각각 1344대와 695대로 지난해 동월보다 183%, 149% 증가했다.
업계에선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 대상국) 배제 조치가 철회되면 일본산 소비재 시장의 회복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양국 간 갈등이 해소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 모두 리오프닝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수출규제가 해소되면 상품·서비스 교류도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노노재팬’ 운동 등으로 일본 캐릭터 상품과 문화상품들이 자취를 감췄는데 이제 그런 분위기가 완화되면서 관련 상품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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