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편의점 CU의 전국 매장에 삼겹살이 깔렸다. 판매가격은 삼겹살 500그램(g)짜리 한 팩에 1만3500원. 100그램당당 2700원 수준으로 마트 판매가와 비슷하다. 통신사 할인과 제휴카드 할인을 받을 경우 삼겹살은 500그램 한 팩에 8900원, 목살은 7500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100그램당 삼겹살은 1780원, 목살은 1500원인 셈이다.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2만9800팩이 팔렸다. 무게로 따지면 약 14톤(t)이다. 돼지 한마리에 삼겸살이 통상 14.2kg 정도 나오니 단순 계산하면 약 돼지 1000마리 분량이 팔린 셈이다. 준비한 물량 3만3000팩 중 90%가 사흘만에 팔렸다.
유통업계가 ‘반값경쟁’에 나서며 소비자들의 마음잡기에 나섰다. 경기불황과 고물가가 상황속에서 싼 값의 상품만 찾아다니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지켜지던 업종간 경계도 허물어지는 추세다. 신흥 유통강자로 떠오른 편의점 업계는 삼겹살, 계란은 물론 샴푸와 세제 등 생활용품까지 초특가에 판매하며 대형마트와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물가상승률 9개월 째 5% ‘고공행진’…외식 줄이는 소비자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지난해 5월 5.4% 물가상승률은 6월(6%)과 7월(6.3%) 6%로 치솟은 후 지난 1월까지 5%대 상승폭이 이어져오다 지난달 10개월만에 4%대로 떨어졌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은 외식 횟수를 줄이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외식업 경기 흐름을 예상하는 경기전망지수는 85.76(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으로 전분기 대비 9.22포인트 급락했다.
가까운 대신 비싼 편의점?…신흥 유통 강자로
고물가 시대에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편의점 업계가 가세했다. 그동안 조금 비싸더라도 1인가구를 겨냥해 소용량 제품을 판매하던 편의점이 ‘가격할인=대형마트’라는 공식을 깨고 있다.
CU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냉장삼겹살 판매를 시작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가격할인을 통해 편의점 이용객 저변을 확대하고 가까운 마트가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장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고 있다.
삼겹살 반값할인은 한우 도매가격 폭락에서 촉발됐다. 도축두수는 많은데 경기불황으로 소비가 줄다보니 한우 도매가가 폭락했고 유통업계는 ‘반값한우’ 이벤트를 열었다.
한우가 싼 값에 판매되자 돼지고기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 여파로 돼지고기 도매가가 폭락했다. 새로운 돼지고기 판매처를 찾는 일이 숙제였던 축산업계와 신상품으로 저변을 넓히기 위해 고민하고 있던 편의점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최초의 전국단위 편의점 신선육 판매가 시도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 대용량 할인=대형마트’ 공식 깬 편의점…대형마트, 물가안정 프로젝트로 ‘맞불’
편의점은 소용량 판매 공식을 깨고 대용량 할인제품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CU는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세제, 샴푸, 바디워시 등 대용량 생활용품을 출시하고 최대 50%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다.
CU의 초저가 PB(자체브랜드) 상품 ‘득템 시리즈’인 1.8L 우유, 15구 계란, 180g 핫바 등도 인기다. 득템 시리즈는 지난달 누적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GS25는 한 달간 대용량 위생·헤어·바디용품, 화장지(30롤) 등 200여 개 상품을 1+1에 파는 행사를 진행하고 세븐일레븐은 실생활 인기상품을 싸게 파는 ‘굿민 세일’을 진행중이다. 이마트24도 대용량 세탁세제, 주방세제, 롤휴지 등 60여 종을 1+1, 2+1 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도 맞불을 놓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물가안정 브랜드 ‘더리미티드’를 론칭했다. 신선식품, 가공식품, 일상용품 등을 매분기마다 정상가 대비 최대 50% 싸게 판다.
홈플러스는 오는 15일까지 창립 기념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을 펼친다. 이번 행사에서는 돼지고기·계란 등 신선식품부터 프라이팬까지 다양한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1등급 한우 등심을 5000원대에 판매하는 ‘반값소’ 행사를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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