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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00원 팔아 5원 남기는데… 수수료 더 내놓으라는 의약품도매상들
②유통공룡 지오영, 중소제약사서 수수료 짜내 해외 유출(?)
③”어쩔 수 없는 선택”… 중소제약사, 공동물류 피코이노베이션에 거는 기대
국내 의약품 유통 1위 업체인 지오영을 중심으로 의약품 유통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오영이 의약품 유통 2위인 백제약품의 지분 20~30%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지오영이 의약품 유통시장을 사실상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지오영의 연결기준 매출은 3조6142억원, 백제약품의 매출은 1조6921억원으로 두 기업의 합산 매출은 5조3063억원에 이른다. 2021년 기준 국내 모든 의약품 유통업체의 합산 매출 규모는 약 26조9682억원인데 두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 수준이다.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 160여곳이 난립해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두 업체의 비중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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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 불리는 지오영… 공적 마스크 75% 담당
지오영은 2002년 6월 조선혜 회장의 성창약품, 이희구 회장의 동부약품,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계열 전자상거래 기업 케어베스트가 합병해 탄생했다. 합병 당시부터 이미 거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었던 지오영은 이후 강원지역의 연합약품, 영남지역의 청십자약품과 경남청십자약품, 대전지역의 대동약품, 제주지역의 제주지오영, 충청지역의 경동약품 등 지방 중소 의약품 유통업체들을 거듭 인수합병(M&A)하며 이들을 지역별 유통 거점으로 활용해 규모를 키워 왔다. 지오영은 이를 통해 2012년 매출 규모 1조2280억원에서 2021년 3조6142억원으로 10년 만에 3배 가까이 몸집을 키웠다.
2022년 기준 국내 최대 수준인 물류센터 44곳을 운영하고 배송 차량 47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천안물류센터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방 도시들과 연계성이 좋아 지오영의 콜드체인 물량의 70%를 담당하고 있고 최신식 자동화시설을 두고 있다.
지오영의 덩치가 커질수록 국내 제약사, 특히 자체적으로 의약품 유통채널을 구축하기 힘든 중소제약사로서는 지오영과 의약품 유통 수수료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중소 유통업체 여러 곳과 협력하는 것보다 지오영 한 곳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이 의약품을 폭넓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오영이 구축한 단단한 유통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2020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공적 마스크 도매공급 업체로 선정된 배경으로 꼽힌다. 공적 마스크 물량의 약 75%를 약국에 공급하는 역할을 지오영이 담당했다는 점에서 특혜가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다. 나머지 25%의 물량은 백제약품이 맡았다.
지오영 관계자는 “당시 의약품 1위 유통업체로서 정부의 선택을 받은 것이며 13개 유통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공적 마스크를 공급해 지오영이 시장을 독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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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약사 수수료 짜내… 블랙스톤 배당 확대
업계에 따르면 지오영은 압도적인 의약품 유통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해외자본의 덕을 크게 봤다. 해외자본의 투자를 기반으로 유통망을 선진화하고 물류센터 등의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지오영의 최대주주는 2021년 말 기준 지분 99.17%를 보유한 조선혜지와이홀딩스다. 이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의 최대주주는 2019년 4월29일 영국에 설립된 합자회사 SHC Golden L.P.로 지분 71.25%를 들고 있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SHC Golden L.P.의 최상단에 중국계 자본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의 나머지 지분 중 21.99%는 조선혜 지오영 회장이, 6.76%는 이희구 지오영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지오영은 2009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PI)을 운용하는 사모 투자회사 골드만삭스PIA가 4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2013년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1550억원 투자를 거쳐 2019년 6월 1조1000억원을 투자한 블랙스톤이 현재 최대주주에 있다. 이들 해외자본은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경영은 기존 조선혜·이희구 회장에 맡기고 재무적 투자자(FI)로서 투자 이익을 노리고 있다.
지오영은 매년 배당금을 지급해 왔는데 2019년 6월 블랙스톤이 지오영을 인수한 이후 배당 규모는 크게 늘었다. 지속적으로 M&A와 물류센터 등의 인프라 개선에 투자가 이뤄진 만큼 최대주주인 블랙스톤이 지오영의 수익을 많이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중소 제약사들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취해 해외에 수익을 유출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가 제약사들로부터 받는 유통 수수료는 통상 유통업에겐 영업비밀로 인식돼 공개된 적은 없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글로벌 제약사에게는 5~8%, 국내 대형 제약사에게는 8~10%, 국내 중견·중소 제약사에게는 10~12%로 추정되고 있다.
지오영은 2020년 215억원, 2021년 117억원의 배당금 지급을 결의했다. 블랙스톤은 지오영의 최대주주인 조선혜지와이홀딩스를 통해 2020년 153억원, 2021년 83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오영은 블랙스톤이 인수하기 전인 2012~2016년 연평균 약 18억원씩, 2017~2018년 약 25억원씩의 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블랙스톤이 인수한 이후 배당금 규모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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