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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00원 팔아 5원 남기는데… 수수료 더 내놓으라는 의약품도매상들
②유통공룡 지오영, 중소제약사서 수수료 짜내 해외 유출(?)
③”어쩔 수 없는 선택”… 중소제약사, 공동물류 피코이노베이션에 거는 기대
지난 2월22일 열린 제59회 한국제약협동조합의 정기총회에선 긴장감이 맴돌았다. 오는 7월 정부의 ‘약가(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약 가격) 상한 금액 재평가’ 시행에 따라 제네릭(복제약)의 약가 인하가 불가피해서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약가 인하가) 중견·중소 제약사뿐 아니라 업계 전체적으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위기감을 강조했다.
중소제약사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은 나날이 떨어지는 반면 영업 활동에 필요한 제반 비용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서다. 그 중에서도 유통(도매)업체에 의약품 유통을 대가로 주는 유통 마진(수수료)은 중소제약사들의 가장 큰 비용으로 꼽힌다. 도매업체들이 글로벌 제약사(5~8%)와 대형 제약사(8~10%), 중소형 제약사(10~12%)에 매기는 차등 수수료에 대한 반발도 크다.
약가 압박에 수수료 인상까지… 아연실색하는 중소제약사들
업계에 따르면 A 의약품 유통업체는 최근 중소제약사들에 유통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기존 약 11~12%대인 유통 수수료율을 최대 13%까지 인상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의약품 유통 수수료는 건강보험 약가를 기준으로 매겨지는데 약의 가격이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유통 수수료를 기존 110~120원에서 130원으로 올려 달라는 의미다.
중소 제약사들은 유통업체의 인상 요구에 반발했다. 오는 7월 약가 상한 금액 재평가 유예 기간 종료를 앞둬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최대 73.5%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인상되면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B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도매는 사실상 택배 업무에 불과한데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유통업체에 힘든 경영 상황을 호소하고 있지만 요구 사항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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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약사 힘든데… 덩치 키우는 유통사들
중소제약사들의 최근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중소제약사들이 모인 한국제약협동조합 가입사들의 실적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기준 ▲건일제약(매출 1040억원·영업이익 90억원) ▲국제약품(매출 1197억원·영업손실 17억원) ▲대화제약(매출 1172억원·영업이익 33억원) ▲동구바이오제약(매출 1551억원·영업이익 81억원) ▲삼천당제약(매출 1673억·영업손실 153억원) ▲안국약품(매출 1635억원· 영업손실 11억원) 등이다.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6% 수준이나 이보다 못한 중소제약사들도 수두룩하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제약사도 있어서 과도한 수수료에 더한 인상 압박은 존폐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의약품 유통 구조상 중소제약사들은 유통업체의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다. 의약품 유통은 1999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제약사→도매상→병원·약국’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제약사들의 유통 의존도는 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2021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도매거래를 통한 의약품 유통 비중은 91.1%에 달한다.
유통 업계의 덩치도 커졌다. 의약품유통협회에 따르면 2021년 공시 대상 유통업체 161개사 기준 매출액은 26조9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성장했다. 지오영은 2021년 2조4500억원의 매출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매출 1000억원 규모의 중소제약사 20곳을 합친 것보다 많은 셈이다.
중소제약사들은 지오영의 영업이익(559억원)에 주목한다. 지난해 지오영의 영업이익률은 2.4%이지만 매출이자 유통 수수료인 매출총이익(매출-매출원가)을 1181억원으로 계산할 경우 실질 영업이익률은 47.3%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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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간 차등 수수료는 불합리”
중소제약사들이 유통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차등 수수료율에 있다. 중소제약사는 글로벌 제약사보다 두 배 수준의 유통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C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이나 오리지널이나 통상 의사 처방이 내려지면 차별이 없음에도 이 같은 차등 수수료율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유통 업계도 차등 수수료에 대해 손익을 맞추기 위한 취지라고 주장한다. 병원이나 의사들이 제네릭보다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리지널을 무기로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유통업체들이 이익을 내려면 수수료로 8.8%를 받아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입지가 불완전한 제네릭에 대해 차등 수수료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적용하는 차등 수수료는 공정거래와 관련해 시정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애플이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와 해외 앱 개발사 간 차등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 애플은 결국 자진 시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놨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의약품 유통이라는 특수 유통 문화 구조 상 볼륨을 먹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유통 채널 자체가 자유경쟁 체제로 바뀌어야만 갑을 관계를 청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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