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쓰이는 코발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1년 만에 60% 하락하는 한편 2년 전 가격 수준으로 돌아갔다. 공급 과잉에 전세계적 경기침체 여파로 배터리 수요가 줄어든 여파다. 시장 안팎에선 코발트 가격의 하락세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전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국제 코발트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0.03% 오른 톤당 3만3755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코발트 가격은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시작되면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재택근무 등으로 전자기기 수요가 증가하자 코발트 가격이 함께 올라가서다. 코발트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전자기기와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원자재 중 하나다.
코발트 시장조사업체인 코발트 인스티튜드(Cobalt Institute)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코발트의 산업별 수요는 △전기차 34% △배터리팩 31% △산업금속 14% △공업화학용 11% △합금용 10% 등이다. 전기차와 전자기기 배터리팩 수요만 합치면 전체의 3분의 2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발트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전자기기,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영향이다. 지난해 톤당 8만2700달러(3월25일)까지 치솟았던 코발트 가격은 이번달 들어 3만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공급 과잉 우려도 코발트 가격에 부담을 줬다. 현재 코발트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콩고)에서 생산되는데 올해도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수잔 저우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 컨설턴트는 올해 콩고의 코발트 생산량이 전년 보다 38% 증가한 18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발트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잔 저우 컨설턴트는 “올해 인도네이사의 코발트 수출량이 1만8000톤이 될 정도로 급증할 것”이라며 “이는 몇 년만 해도 없던 현상으로 전세계가 코발트 공급 과잉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보다 -60% 빠진 코발트…다시 반등할까?
코발트 가격 하락으로 전자기기와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원가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코발트 생산기업들이 아직까진 코발트 생산을 줄이지 않고 있어 향후 다시 반등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장기적으로 지난해와 같은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3년 후부터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에 신규 코발트 수요가 줄 수 있다는 이유다.
SK증권은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 시장이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셀 스크랩(불량품)이 주요 원재료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2026년부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며 시장 성장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배터리 업계에서의 ‘탈(脫)코발트’ 움직임도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발트는 망간과 함께 하이니켈 양극재에 안정성을 높여주는 원자재로 쓰이는데 과거 높았던 가격에 부담을 느낀 배터리 업계들이 코발트 사용을 줄이는 쪽으로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진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등에 코발트가 핵심 원료로 쓰이나 점점 배터리 내 코발트 함량을 낮추고 알루미늄이나 다른 원료의 비중을 높이는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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