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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공적자금 15조원 투입’ 대우조선, 혈세 회수 가능성은 ‘글쎄’
②’주인 없는 회사’ 대우조선의 저가수주에 멍든 K-조선
③K-조선 1위 지키려면… “빅2 재편해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그룹(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를 중심으로 한 ‘빅3’ 구도를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살리려면 중장기적 ‘빅2’ 체제로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의 선박 수주경쟁 심화, 통상 수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조선업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선제적인 산업구조 재편을 통해 출혈 경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화, 대우조선 인수 탄력… 빅3 체제 유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튀르키예 경쟁당국은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영국 심사당국도 기업결합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별도의 승인 절차가 없는 만큼 결합심사서에 문제가 없다면 통과된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면 국내 조선업계는 대형 3사, 이른바 빅3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이 체제로 한국 조선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조선 3사가 2014년부터 시작된 해양플랜트 발주 급감으로 이듬해 8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자 조선업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조선업 위기의 근본 원인이 수주가뭄에 따른 저가수주와 출혈경쟁 고착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외국계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16년 보고서 초안에 “대우조선을 매각하거나 분할해 파는 등 2사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당시 대우조선 수장이던 정성립 전 사장도 “빅2 체제가 중국과의 경쟁 등에 효율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빅2 체제 재편 가능성이 처음으로 가시화된 건 2019년 정부의 대우조선 민영화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다.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수주잔량 세계 1, 2위 조선사의 합병에 따른 글로벌 초대형 조선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독과점을 우려한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에 막혔고 결국 빅2 체제 재편은 무산됐다.
이후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로 빅3 체제를 유지하게 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빅2 체제로 재편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전까지는 유럽이 장악했던 시장을 일본이 1950년대 아시아로 옮겨왔고 1970년대 후반 이후로는 한국이 주도권을 잡으며 세계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저렴한 원가 경쟁력과 자국 내 일감 몰아주기를 앞세운 중국으로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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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삼성 ‘조선분야 빅딜’ 가능성도 솔솔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가운데 물량 기준으로 중국은 2034만CGT를 수주해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1564만CGT로 뒤를 이었다. 고기술·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세계 수주의 69.6%를 한국이 차지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향후 LNG운반선 시장에서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 조선업 구조재편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빅2 체제는 불황국면에서 출혈경쟁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조선업은 수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업종이어서 호황기엔 선박 발주가 몰리지만 불황기엔 일감이 없어 수주 절벽으로 인한 위기와 출혈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주사들 사이에 한국에서 조선사 세 곳을 돌면 가격이 점점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며 “빅3 체제보다는 빅2 체제로 가는 게 한국 조선업계 전체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재편은 대형 3사 가운데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을 통합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양사의 조선소가 거제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데다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조선을 품는 한화와 삼성중공업을 보유한 삼성이 구상하는 미래 사업전략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한화는 현재 방산 분야 경쟁력 확대를 위해 대우조선 인수를 시작으로 선박엔진 전문기업인 HSD엔진 인수를 추진하는 등 조선분야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로봇, 디스플레이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사업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의 주력 사업과는 거리가 먼 삼성중공업을 한화가 인수하는 그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에도 삼성이 사업 재편 과정에서 한화에 방산 기업을 매각하는 2조원대의 빅딜이 체결된 적이 있다”며 “양사가 추진하는 미래 전략 구상에 따라 또 다른 빅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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