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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금리를 동결 또는 인상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대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정부가 공식 인정하면서 한국은행은 물가와 경기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오는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등을 고려해 우선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2020년 3월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이후 두달 뒤인 같은 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낮췄다. 이후 9차례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15개월만에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면 1년5개월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추는 셈이다. 기준금리 연속 인상도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7차례(1.25→3.5%)로 마무리된다.
이번엔 숨 고를 듯… 물가보단 경기에 방점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동결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는 불안한 경기 상황이 반영된 영향이다.
국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반 만에 역성장했다.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462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6% 감소했으며 수입은 2.6% 줄어든 58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이 수출을 상회하면서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적자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지만 해외 투자은행(IB)들은 0%대 성장의 가능성도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11월엔 1.7%로 봤는데 그것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부진이나 국제경기 둔화로 올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고금리에 소비자들은 지갑도 닫고 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 전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소비는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소비도 위축된 것이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도 전년보다 3.7% 줄었다.
고용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올 1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만1000명(1.5%) 늘어난 2736만3000명을 기록했다. 취업자 수가 늘긴 했지만 증가 폭은 22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는 3만5000명 줄었다. 이는 2021년 10월(-1만3000명) 이후 1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출 부진 등 경기 위축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양상으로 분석된다.
도소매업과 건설업, 운수창고업에서도 각각 6만1000명, 3만9000명, 5만1000명씩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연준의 강한 통화긴축 감안해야 할 것”
이같은 경기 둔화에도 물가를 잡기 위해선 추가 인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5%대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두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부추기는 요소다.
연준은 지난 1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4.25∼4.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한국(3.50%)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두어 번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는 5.25%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동결을 이어가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역대 최대 역전 폭(1.50%포인트)을 기록했던 2000년 5~10월보다 금리 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는 셈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수입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안정화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급등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은 두달만에 장 중 1300원을 돌파하기도 하면서 킹달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달 한은이 3.50%에서 동결한 이후 올 4월이나 5월에 한 번 더 0.25%포인트 금리 인상할 것으로 본다”며 “물가가 2% 목표치에 비해 상당히 상회하는 수준이고 미국이 올 2분기까지 계속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은이 2분기에도 1분기(3.50%) 수준의 금리 동결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한은은 3.75%의 금리를 이어가다 올 10월과 11월 2차례 걸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말 기준금리는 3.2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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