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임웍스 탄소 포집 시설/사진=클림웍스 홈페이지 |
폭염, 한파, 폭우, 폭설. 반복되는 이상 기후가 식량 위기를 초래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점점 녹고 있는 빙하는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 이상 기후의 원인은 다들 안다. 무분별하게 뿜어댔던 온실가스가 그 원인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세계는 국제 협약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전지구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심각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탄소 포집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순배출 ‘0’인 상태) 실현을 위한 유망 기술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구글 등 빅테크 기업까지 탄소 포집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주목받는 자발적 시장…2030년 400억 달러 규모 성장 예상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중 하나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다.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 협약인 교토의정서에 따라 국가별로 할당량을 정하고,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한 곳은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한 곳에서 배출권을 사도록 했다.
교토의정서에 따른 규제시장 외에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통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민간 거래 시장인 자발적 시장도 있다. 규제시장은 주로 대규모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너지, 중공업 기업 등이 대상이고, 그 외의 기업과 비영리 단체 등은 자발적 시장을 이용해 탄소배출권을 거래한다. 자발적 시장의 거래는 미국 시카고 기후 거래소(CCX), 호주 탄소배출권 거래소(ACX) 등에서 이뤄진다.
자발적 시장은 할당량이 정해져 있는 규제시장과 달리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판매할 수 있어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30년까지 자발적 탄소 시장이 100억~4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카본 엔지니어링 탄소 포집 시설/사진=카본 엔지니어링 홈페이지 |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방법은 탄소 크레딧과 탄소 오프셋(상쇄)이 대표적이다. 탄소 크레딧은 공정 관리 등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 양 자체를 줄이는 것이고, 탄소 오프셋은 이미 방출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정해진 할당량에서 줄여야 하는 규제시장에서는 탄소 크레딧이, 추가적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자발적 시장에서는 탄소 오프셋을 통한 배출권 거래가 일반적이다.
탄소 오프셋은 나무 심기와 산림 보전, 바닷물에 흡수시키는 방법 등이 있으나 이러한 방법은 오랜 시간과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기계적, 화학적으로 직접 공기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DAC, Direct Air Capture)이 주목받는 이유다.
데이터센터·대류모 물류 발생…탄소 포집에 관심 갖는 빅테크
최근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이러한 탄소 포집 기술에 관심을 나타낸다. 빅테크는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분야 중 하나다. 테크 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 센터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해 탄소 배출을 늘린다.
페이스북의 경우 28억 명 이용자들이 각각 연간 12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에너지 소비 집단으로 꼽힌다. 또 아마존 등 대규모 물류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도 항공 운송 등을 통해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빅테크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3%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부상한 것도 빅테크의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한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빅테크는 커진 영향력 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하기 쉽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알파벳, 메타, 스트라이프, 쇼피파이는 2030년까지 9억 2500만 달러에 해당하는 탄소 제거분을 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MS, 세일즈포스가 탄소 제거 비용으로 3억 달러를 약속했다.
기후 문제 해결 + 산업 활용, 잠재력에 스타트업 출사표
세계경제포럼, IEA(국제에너지기구) 등도 보고서와 아티클을 통해 탄소 포집이 탄소 제거와 탄소 중립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동안은 전력 비용 등으로 탄소 포집의 경제성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세계경제포럼 등이 탄소 포집을 유망하다고 보는 이유는 중공업 분야에서 현실적인 탈탄소 방향으로 받아들여져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각국 정부가 지원하며, 기술기업과 금융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협업과 혁신으로 보다 경제적인 솔루션이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갈수록 탄소 포집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글로벌 서모스탯 탄소 포집 모식도/사진=글로벌 서모스탯 홈페이지 |
중공업 분야에서는 2021년 100개 이상의 신규 탄소 포집 설비가 발표되는 등 큰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시멘트 제조업체 하이델베르크멘션은 전 세계에 8개의 탄소 회수 이니셔티브를 개발했고, 석유 기업 아람코는 최대 규모 탄소 포집 시설 중 하나를 개발한다. 미주 및 유럽에서 가장 큰 철강 제조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수십억 달러 투자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탄소 포집 기술을 꼽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인플레이션저감법으로 탄소포획세액 공제를 70%로 늘리고, 캐나다는 탄소 회수 기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 제안을 수용했다. 호주, 유럽연합, 네덜란드, 영국 등도 비슷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어진다.
세계가 탄소 포집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탄소 포집을 통해 확보한 이산화탄소는 유전 개발 시 압력을 높이기 위한 탄소 주입, 콘크리트 생산, 합성 가솔린과 제트유 생산, 비행기 날개 등에 활용하는 탄소 섬유 개발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산업적 가치가 높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탄소 포집과 저장, 활용을 통해 탄소 중립을 넘어서는 ‘마이너스 배출’ 실현도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미래 가능성과 잠재력이 큰 만큼 클라임웍스, 카본 엔지니어링, 글로벌 서모스탯 등 다양한 기업, 특히 스타트업들이 각자만의 기술력으로 탄소 포집 시장에 나서고 있다.
클라임웍스는 가장 대표적인 탄소 포집 기술 기업으로 자체적으로 6억 5000만 달러를 조달해 아이슬란드에 세계 최대 탄소 포집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클라임웍스는 고체 필터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지하 저장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캘거리 대학과 카네기멜론 대학의 탄소 관리 기술 연구에서 출발한 카본 엔지니어링은 수산화칼륨 용액의 액체 필터를 사용한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 중이며, 콜럼비아 대학 학자들이 설립한 글로벌 서모스탯은 고체 필터로 이산화탄소 포집 후 이를 합성 휘발유에 사용하는 방안 등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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