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윤주혜 기자 | 지난해 금리 인상과 규제 강화로 카드론 및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급전 마련이 어려워진 서민들의 리볼빙 수요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은 7조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리볼빙 서비스는 신용카드 대금의 일정금액(주로 5~10%)을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의 상환이 다음달로 연장되는 제도다.
여신금융협회가 지난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결제성)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262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조82억원)대비 19%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카드사별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도 신한카드16.60%, 삼성카드15.42%, KB국민카드17.33%, 현대카드17.21%, 롯데카드17.82%, 우리카드18.35%, 하나카드15.18% 등으로 18% 상단을 넘어서며 큰 폭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리볼빙 수요 폭증의 배경으로,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차주의 총 대출이 2억원을 넘을 경우 DSR을 40%로 제한하고 있는데, 카드론이 포함되자 급전을 구할 길이 없어진 서민들이 리볼빙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실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카드 등 7개 전업 카드회사의 개인 신용평점 700점(KCB 기준) 이하 저신용자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2021년 1분기 3조4814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1조9749억원으로 4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3실장 역시 ‘최근 신용카드사 리볼빙 자산 증가의 원인과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신용카드사들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자산 증가 추세는 신판이용 증가에 연동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2021년 이후 가계부채 규제가 차주별 DSR을 중심으로 강화되며 DSR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 현금서비스와 결제성 리볼빙으로 대출수요 중 일부가 옮겨간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한은이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진 부분도 주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2023년 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높은 금리에 강화된 대출 규제 영향으로 전달 대비 4조6000억원 줄은 1053조4000억원으로, 통계작성 이래 19년만에 최대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253조2000억원)이 4조6000억원 줄었다.
이와 관련해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 이자율이 오르자, 은행 대출이 막혀 단기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차주들이 리볼빙을 통해 빚을 돌려막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매달 이월된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에 다시 이자가 붙는 리볼빙 운용 방식 상, 차주들이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추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제때 리볼빙에서 이월된 금액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신용점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리볼빙의 주요 고객층이 신용점수 500~800점대의 저신용자들이라는 점도, 리볼빙 수요 급등에 따른 우려를 높이고 있다.
.
나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3월 말 기준 대출성 리볼빙 이월잔액 이용고객의 신용점수는 500~600점대가 16.6%, 600~700점대가 54.2%, 700~800점대가 20.7%로 총 71.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DSR산출방식(1년 기준 원리금 상환액/연소득*100)을 고려하면 카드론 한도가 축소된 차주는 현재 소득 대비 대출 상환 부담이 전체 평균 대비 높은 차주일 것이다”라며 “따라서 향후 결제성리볼빙 서비스의 이용 규모가 증가하면서, 연체율도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리볼빙 서비스 수요뿐 아니라, 카드사 연체율도 함께 상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업계의 금융 부실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주요 5개 카드사의 30일 이상 연체율 평균은 전년(0.82%) 대비 0.19%포인트 오른 1.01%로 조사됐다.
카드사별로는 같은기간 우리카드 연체율이 전년(0.66%) 대비 0.55%포인트 오른 1.21%, 신한카드는 전년(0.8%) 대비 0.24%포인트 오른 1.04%, KB국민카드는 전년(0.82%) 대비 0.10%포인트 오른 0.92%, 하나카드는 전년(0.93%) 대비 0.05%포인트 오른 0.98%로 집계됐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