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의 저원가성 예금이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한달새 36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그간 요구불예금이 줄어들었던데에는 금리 메리트로 인해 은행 예적금에 몰렸던 탓이 컸지만 최근에는 예적금 마저도 자금들이 빠져나가면서 ‘역머니무브’ 현상도 끝난 듯한 모습이다.
17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들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588조6031억원이었다. 이는 전달말 대비 35조9835억원 줄어든 규모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1조17260억원이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을 포함한다. 고객이 언제든 돈을 넣거나 뺄 수 있어 ‘대기성 자금’으로도 분류된다. 요구불예금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요구불예금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6월을 기점으로 매달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12월 잠시 반등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줄었다. 이처럼 지난해 요구불예금이 감소 추세를 보였던 이유는 은행들의 예적금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연달아 인상되면서 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올렸고 한때 연 5%대 예금 상품까지 등장했다. 이에 은행들의 수신상품으로 자금이 몰려드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났던 바 있다.
그러다 수신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등으로 인해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수신상품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는 등 금리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점에서다.
이에 은행들의 수신 잔액들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이들 은행들의 예적금 잔액은 849조867억원으로 전월대비 6조5809억원 줄었다. 이 가운데 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 적금 잔액은 36조8367억원으로 전달보다 각각 6조1866억원, 3943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과 은행들의 수신잔액 감소는 대출 상환 및 주식시장 영향도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빚부터 갚으려는 수요들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실제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줄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4조6000억원 급감했다. 한은이 통계치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부진했던 증시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51조5218억원으로 작년 12월 말 대비 5조734억원 증가했으며 이는 지난해 10월 6일(51조7942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수신금리가 올라갔을때는 마땅한 투자처도 없다보니 은행으로 자금이 많이 몰렸는데 최근 은행 수신 금리도 떨어져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며 “더구나 대출 금리도 올라 빚을 먼저 상환하려는 부분들도 겹치면서 요구불예금이나 예적금 모두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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