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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끝나지 않았다…흔들리는 코스피, 그래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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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글로벌 증시가 흔들린다. 연초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기대감도 하나 둘 사라진다. 신중론과 낙관론이 교차하면서 시장은 당분간 혼조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17일 오전 11시20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7.84포인트(0.72%) 떨어진 2457.64를 나타내고 있다. 장 초반 1.12% 갭하락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개인의 매수세가 들어오며 이내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은 현재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900억원을 순매수하며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 초반 코스피 변동성을 키운 원인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6%로 시장 전망치(5.4%)를 상회했다. 전월 대비로도 0.7% 상승해 0.4%를 예상한 시장의 기대를 하회했다. 주거용 천연가스와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요한 건 근원 생산자물가다. 1월 PPI 상승은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크다지만 이를 제외한 근원 PPI 역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5.4%(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도 전망치(0.3%)를 상회하는 0.5%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은 시장의 우려감을 키운다.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이 최우선 목표로 삼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정책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더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 위원들 역시 예상치보다 높은 PPI가 나오자마자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쏟아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다음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지난 1일 FOMC에서 0.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연준의 매파적 행보는 상반기 중 금리인상 종료, 하반기 금리인하라는 시장의 기대감을 후퇴시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오는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확률은 18.1%로 일주일 전(9.2%)보다 크게 올랐다. 대다수는 여전히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고 있지만 연준의 매파적 행보가 이어질 경우 금리 예상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성장주에 큰 부담이다. 할인율 상승으로 현재가치가 평가절하될 뿐더러 자본조달 비용 상승으로 성장 동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이날 증시에서도 대표적 성장주로 분류되는 NAVER(네이버), 카카오, LG에너지솔루션 등이 1~2%대 하락하며 지수 대비 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신중론과 낙관론이 엇갈린다. 우선 보수적 대잉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은 연초 증시를 이끌었던 상승 동력(인플레이션 완화와 금리 인하)이 이전보다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외국인 매수세도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코스피 상승은 외국인 선물 매수로 인한 수급적 요인이 크다”며 “최근 발표되는 물가지표가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 코스피 2400선 이상에서는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대감이 크게 약해질 경우 코스피 지수는 2200선대까지 추락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연초 랠리에 따른 피로감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증시의 추가 상승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하향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조금씩 차익실현 심리가 강해지면 증시는 상승보다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매크로(거시경제) 이슈 악화에도 외국인이 한국증시에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주주환원이다. 최근 주요 은행들을 비롯해 대형주들의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면서 외국인도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와 주주환원 개선 기대감이 기저에 있다”며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대형주들의 주주환원 공시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올해 내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비동조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증시는 앞으로 다가올 경기침체 우려에 조정 가능성이 높지만 이미 침체기를 지나고 있는 한국 증시는 바닥을 찍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를 보면 삼성전자 (62,800원 ▼900 -1.41%)SK하이닉스 (91,900원 ▼1,000 -1.08%)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에 몰려있다. 반도체 업황의 반등을 예상한 외국인이 대표기업 두 곳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한국·중국·유럽은 이미 경기침체를 지나 반등 기대가 높은 반면 미국은 아직 침체 우려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미국과 미국 이외 시장 간 디커플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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