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사이드]신희진 교보증권 VC사업부 이사
교보그룹의 벤처투자를 이끄는 교보증권 벤처캐피탈(VC)사업부가 출범 15개월 만에 첫 번째 펀드소진율 약 30%를 달성했다. 여느 VC와 비교해도 빠른 소진속도다. 2022년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로 국내외 벤처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결과다. 올 1월에는 ‘교보테크밸류업투자조합1호’를 결성했다. 총 1500억원 규모의 대형펀드다. 벤처투자 혹한기에 ‘다크호스’로 등장한 교보그룹의 앞으로 행보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신희진 교보증권 VC사업부 이사에게 들어봤다.
‘전략적 시너지’ 교보펀드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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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 VC사업부가 첫 번째 펀드인 ‘교보신기술투자조합1호’를 결성한 것은 2021년 11월이다. 총 2000억원 규모로 모회사 교보생명이 1750억원을 출자하고 교보증권은 GP(위탁운용사) 자격으로 250억원을 출자했다. 운용기간은 8년으로 설정했다.
교보증권 VC사업부는 결성 이후 빠르게 펀드를 소진했다. 신 이사는 “지난해 2월부터 투자를 시작한 이후 10개월 동안 거의 매달 투자를 진행해 현재 18개 스타트업에 총 550억원을 투자했다”며 “교보생명, 교보문고, 교보정보통신 등 그룹 계열사들과 전략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핀테크(금융기술), 헬스케어, 콘텐츠 등 분야에 집중했고 투자 이후 협업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시너지는 이 펀드의 핵심 키워드다. 신 이사는 “실질적인 투자심사 전 시너지를 평가하는 절차가 있다”며 “계열사 현업에서 어떤 니즈가 있는지를 우선 파악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테사는 교보생명 마이크로 가치투자 플랫폼의 사업방향에 맞춰 지난해 교보증권 VC사업부가 투자했다. 현재 교보증권과 손잡고 STO(증권토큰 발행) 사업화 등 협업도 추진 중이다. 이런 투자전략은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과 맞닿아 있다. ‘양손잡이 경영’이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존 생명보험업의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경영전략이다. 핵심축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교보증권 VC사업부다.
신 이사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양면형 플랫폼에 관심이 많다”며 “다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만큼 좀 더 신중하게 보고 있다.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보다 생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180도 바뀐 펀드 성격…성장 전주기 책임지는 투자 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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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테크밸류업투자조합1호’는 첫 번째 펀드인 ‘교보신기술투자조합1호’와는 정반대 콘셉트의 펀드다. 순수하게 재무적 관점에서 투자를 집행한다. 일반적인 벤처펀드의 모습에 가깝다. 펀드 관련 공시에는 △로보틱스·하드웨어 △ICT(정보통신기술) △플랫폼 △바이오·헬스케어 △모빌리티·유통 등 기술 기반 신산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고 했지만 특정 섹터에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미래 성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이면 영역에 상관없이 투자한다. 신 이사는 “이전 펀드가 핀테크, 헬스케어, 콘텐츠 영역투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펀드는 모든 영역에서 투자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정책금융이 아닌 만큼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도 제약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요건은 있다. 바로 투자단계다. ‘교보테크밸류업투자조합1호’는 시리즈A·B 단계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신 이사는 “이름처럼 밸류업이 가능한 유망 기술기업을 찾는 펀드”라며 “시리즈A·B 단계 투자에 이어 기본적으로 팔로온 투자(후속투자)를 핵심전략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VC사업부가 이처럼 차별화한 펀드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스타트업 성장 전주기를 책임지는 투자의 틀을 만들기 위해서다. 신 이사는 “실리콘밸리의 대표 VC인 안드리센호로위츠는 시드와 시리즈A, 시리즈B와 C, 시리즈D와 E에 각각 투자하는 펀드를 동시에 론칭해 연속적으로 투자한다”며 “스케일업(외형확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금조달을 스타트업 성장 전주기에 걸쳐 지원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디지털혁신펀드’ 결성…교보그룹 해외 진출 선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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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 VC사업부의 또다른 주요 과제는 교보그룹 해외 진출의 선봉장 역할이다. 지난해 5월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를 결성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는 싱가포르 VCC(가변자본회사법) 관련 법령에 따라 신설된 기업구조 투자펀드다. 일반적인 벤처투자를 비롯해 부동산 투자까지 가능하다. 목표 펀드 규모는 최소 5000만달러(약 635억원)에서 최대 7500만달러로 운용된다. 투자기간은 5년이다.
일본 SBI홀딩스의 동남아시아 투자를 담당하는 SBI 벤 캐피탈과 싱가포르 소재 난양공과대학교(NTU)의 자회사 NTUitive가 공동업무집행조합원(Co-GP)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신 이사는 “교보증권 입장에서는 첫 해외 진출”이라며 “이미 미얀마에 주재사무소를 갖추고 있는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그룹 사업 저변을 확대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큰 해외 진출 전략은 동남아 시장 공략이다. 연평균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신 이사는 “교보생명이 동남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며 “핀테크와 헬스케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 투자해 동남아 시장에서 교보생명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게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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