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최고의 탄소포집 기술에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포상하겠다.”
일론 머스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1년 1월 뜬금없이 이런 트윗을 남겼다. 그리고 3달 뒤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XPRIZE Carbon Removal)’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탄소포집 현상금’을 공식화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상금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머스크 CEO의 이번 프로젝트는 2025년 지구의 날(4월22일)까지 진행된다. 연간 1000톤(t) 규모의 이산화탄소(CO2) 포집 능력, 그리고 이 이산화탄소를 100년 동안 격리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1억 달러를 주겠다는 것이다.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의 성공을 통해 ‘미래의 설계자’라고 불리는 머스크 CEO가 탄소포집에 꽂힌 이유는 분명하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방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저탄소 에너지를 확대한다고 해도, 화석연료가 필요한 산업 분야는 분명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등의 재활용 및 순환 과정에서도 탄소는 또 발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기술 전망’ 보고서를 통해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없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글로벌CCS연구소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전세계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용량이 연간 3.6기가톤에 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늘날 전세계에 설치된 CCUS 시설의 용량은 약 40메가톤 수준으로 파악된다. 탄소포집 규모가 약 100배 이상 개선돼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탄소포집 개념도/그래픽=미 지질조사국(USGS) 홈페이지 |
이렇게 탄소포집은 ‘지속가능한 산업’을 위한 필수 기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CCUS를 거론하는 이유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한 입으로 ‘탄소 제로’ 목표를 내걸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부터 탄소포집 기술 확보에 팔을 걷는다. 이밖에도 자동차, 에너지, 화학, 건설 등 분야에서 모두 탄소포집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산업 전반에 떨어진 숙제라고도 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글로벌 해상 에너지 솔루션 기업 MISC와 ‘부유식 이산화탄소 저장설비 개발’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육상 터미널에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고갈된 해저유·가스정에 저장하는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탄소포집 분야 국책과제의 주관 연구개발 기관으로 선정됐다. 일평균 100톤 이상의 탄소를 포집하고 활용하는 공정을 개발하는 연구다. 회수율 90%, 순도 95% 이상의 탄소 포집·액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SK E&S는 지난 8일 탄소포집 기술 개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흡수율을 개선하고, 흡수제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도 낮췄다는 것이다. SK E&S는 2021년 씨이텍과 탄소포집 연구 관련 협약을 체결하고 인프라와 연구비 등을 지원해 왔다.
탄소포집 실증 파일럿 공정/사진=SK E&S |
LG화학은 지난해 11월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부생가스인 메탄을 사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설비 구축에 나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저감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포스코는 지난 2021년 철강업계 최초로 탄소포집 기술 실증 사업에 돌입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사업은 올해 12월까지 이어진다. 탄소포집 설비 제작부터 설치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술 패키지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포집은 향후 그 시장이 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는 기술 확보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며 “대부분 기업 입장에서 가야 할 길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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