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요 생산국들의 공급난이 불거져서다. 유가 상승에 따른 바이오에탄올 수요가 확대된 탓도 있다. 시장에선 높아진 원당 가격이 식탁물가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당 가격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보다 1.18% 오른 파운드당 21.45센트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원당 가격은 지난 1일 파운드당 21.86센트까지 뛰면서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당 가격은 2020년만 하더라도 파운드당 10센트를 하회했었다. 하지만 3년 연속된 라니냐 여파로 브라질, 인도 등지의 사탕수수 수확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공급 불안정성이 계속되자 원당 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근엔 원당 가격 상승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원인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가뭄이다. 최근 남아메리카 일대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공급량 축소를 가져온다. 남미 남부 가뭄정보시스템(SISSA)에 따르면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이 현재 ‘극심한 가뭄’ 지역으로 나타나 있다. 그중 브라질은 원당의 최대 생산국이다.
주요 수출국들의 수출 규제가 2번째 원인이다. 브라질 다음으로 원당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인도는 작황 부진으로 올해 설탕 출하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에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인도 정부의 규제 우려가 설탕 가격을 높였다.
높은 에너지 가격도 원당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대체 원료인 바이오에탄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바이오에탄올의 주 원료는 옥수수, 대두, 원당인데 그중 브라질 등 주요 원당 수출국에선 원당을 이용해 바이오에탄올을 만든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원당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했다”며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의 헤알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가격 강세를 지지하는 부가적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달디달은 설탕…식탁물가도 올릴까?
일각에선 원당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식탁물가도 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탕의 주 용도가 식품첨가제라는 걸 이유로 들어 다른 주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보단 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인플레이션 여파로 3대 농산물인 밀, 콩, 옥수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을 때 국내 음식료업체들이 판매단가를 올렸다. 높은 밀 가격 부담으로 라면 제조사인 농심 (356,000원 ▲23,000 +6.91%), 삼양식품 (120,600원 ▲2,300 +1.94%) 등은 자사 라면 제품 판매단가를 인상했다.
음식료 업체들마다 원당 가격 상승이 주는 영향은 차별회될 것으로 보인다. 과자, 빙과류 등의 가공식품을 만드는 업체나 원당을 설탕으로 정제해서 가공하는 업체의 경우 원당이 원재료로 많인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과 함께 생산 제품들의 가격도 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설탕이 식품첨가제로 쓰이다보니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업체마다 다를 것”이라며 “설탕을 제조하는 업체나 설탕을 받아서 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추가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설탕 가격을 지수로 추종하는 증권상품은 주로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국내외 증시에 상장돼 있다. 국내엔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7,755원 ▼30 -0.39%) ETF 구성 종목 중 설탕이 추가돼 있다. 미국 증시엔 투크리운 슈가(CANE) ETF, 인베스코 DB 어그리컬처(DBA) ETF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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