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의 금리가 하락하면서 연이자 5%대 정기예금과 가계대출이 사라지고 있다. 은행들의 여·수신 금리를 정할 때 지표로 삼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고, 금융당국도 압박하자 치솟던 금리도 낮아지는 모양새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2월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중 정기예금 5%대 비중은 17.0%로, 전달(27.9%)에 비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다. 대신 4%대가 10%포인트 가량 증가(11월 35.6% → 12월 54.1%)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11월에는 레고랜드 후폭풍으로 채권시장이 불안정해지며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못하게 되자 수신으로 자금조달을 하려고 하면서 정기예금 금리를 5%까지 높였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정기 예·적금 금리고 과열 경쟁을 해 시중 자금을 다 끌어모이고 있다며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자 5%대 상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8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적인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3%대다. 1년기준으로 KB star 정기예금 3.48%, 신한 쏠편한 정기예금 3.55% 하나의 정기예금 3.6%, 우리WON플러스 예금 3.62%, NH올원e예금 3.38%이다.
대출금리도 5%대 비중 증가세가 누그러지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중 가계대출 5%대 비중은 30.1%로 전달(37.1%)에 비해 7%표인트 빠졌다.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역시 이 줄어든 비중은 4%대 금리로 옮겨갔다.(11월 28.6% → 12월 36.2%).
8일 현재 기준으로 봐도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상단~하단 기준으로 변동금리가 4.86~6.89%, 고정금리는 4.08~6.18% 수준이다. 인터넷은행 금리는 더 낮다. 케이뱅크는 지난 6일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형 혼합금리 상품의 금리를 연 3.98∼4.98%로 고시했다.
작년 11월 코픽스가 역대급 상승폭을 보이며 은행별 주담대 금리가 5~7%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금리가 안정화된 셈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예금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며 오는 15일 코픽스는 인하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권에서도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 당분간 금리가 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은행들에 정기 예·적금 금리와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이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온 한은 통화정책 효과를 상쇄한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들이 이미 금리 인상을 개별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이뤄졌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소비위축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 효과가 없어서 걱정이라고 할 건 아니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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