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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에서 잠자던 뭉칫돈이 다시 증시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새해 주식시장이 ‘상저하고(上低下高)’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인 만큼 당장 주식을 사기보다 증시 대기자금만 쌓여가고 있다. 최근 주가 반등기에 주식 판 돈을 빼내가지 않고 재매수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51조521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6일(51조7942억원) 이후 4개월만에 최대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10월 갑작스러운 증시 급락세에 2년여 만에 처음 50조원선이 붕괴된 이후 지난달 9∼10일 이틀 연속 43조원대까지 주저 앉았다. 그러다 최근 20일새 주가가 뛰면서 8조원 가까이 갑자기 불어났다. 투자자예탁금은 코로나 팬더믹 이후 동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2019년말 27조3933억원에서 2020년말 65조5227억원까지 1년새 38조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피크를 찍었다.
예탁금이 최근들어 다시 늘어난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덕분에 연초 주식시장까지 반등하면서 일시적으로 동학개미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도 확대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 한파로 갈 곳 잃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는점도 예탁금 상승에 한 몫 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 탓에 타격을 입은 건설사의 채권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은행으로 몰리던 자금이 수신금리 하락으로 다시 빠져나가면서 증시로 흘러들어간 것도 예탁금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 대비 6조1866억원 줄었다. 지난해 계속 증가해 온 은행 예·적금 잔액은 최근 두달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예탁금 증가세와는 달리 적극적인 주식 매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7조21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7조6802억원어치를 사 모았다. 이 기간 코스피는 최저 2220대에서 최고 2480대로 12% 가까이 상승했다.
이처럼 잠시 투자를 보류하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은 1월부터 예상치 못한 ‘깜짝 랠리’에 지수가 급등하자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대비 부담스러운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2021년 4월 이후 1년 7개월만에 처음으로 13배를 넘어서자 개인들이 주식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와 실적 전망 상향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두 가지 모두 쉽지 않다”며 “최소한 경기·실적 저점이 가시화하거나 펀더멘털(기초여건) 불안을 충분히 반영한 지수대로 내려가야 개미들이 다시 주식을 사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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