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책 효과일까.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이 5주째 축소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역대급 하락률 기록을 갈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앞으로 금리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거래량이 되살아나면 집값이 반등할까. 김기원 리치고(데이터노우즈) 대표는 2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매매 및 임대 수급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가 김 대표와 함께 시장 상황을 점검해봤다.
▶조한송 기자
서울 아파트 기준 지난해 11월, 12월 두 차례 연속 거래량이 반등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시행되면서 신청자가 몰렸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앞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반등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김기원 리치고(데이터노우즈) 대표
거래량이 늘었다고는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지난달 서울 거래량이 267건이거든요. 매물이 5만 건이 넘게 쌓여 있는데 거래가 너무 적죠. 실거래가가 공개되고 난 이후 전국 거래량이 가장 적었을 때가 2008년 11월입니다. 그때도 거래량이 1163건이었어요. 지난해 초 거래량이 잠깐 반등했다가 7월부터는 아예 1000건이 안 됩니다.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왔다느니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거래량이 심각한 수준이거든요. 지난 1월 3일 대책 발표 이후 시장 분위기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게 면 수급 동향 데이터예요. 서울 먼저 볼게요. 파란색이 매매 수급 차트, 빨간색이 전세 수급 차트거든요. 매매 수급 차트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숫자를 알 수가 있어요. 매도자의 숫자가 어느 정도 줄긴 했어요. 매매 수급 데이터가 조금 올라왔죠. 이걸 가지고 바닥이 왔느니 집값이 다시 올라가느니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옳지 않아요. 집값이 반등하려면 전세 시장 분위기도 중요해요. 전세는 투자나 투기 수요가 있을까요?
▶조한송 기자
실수요라고 봐야죠.
▶김기원 리치고(데이터노우즈) 대표
그렇죠. 지금은 전세수급지수(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전세를 구하는 사람보다 내놓는 사람이 많음을 의미)가 100을 밑돌아요. 43.4입니다. 데이터가 공개된 2003년 7월 이후로 지금이 가장 안 좋아요.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도 65였어요. 지금 전세 시장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다는 거예요. 입주 물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잖아요. 실수요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는 전세수급지수가 안정권인 100 이상으로 올라오지 않고서 주택 시장이 반등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매맷값이 오르겠어요.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2009년에 수도권 아파트 매맷값이 떨어졌다가 반등했어요. 반등이 왔을 때 전세 수급이 급속도로 올라갔어요. 전세 수급이 100을 웃돌면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더 많아져요. 그러면 전셋값이 오르고 매맷값이 강세로 돌아설 수 있는 첫 번째 문을 통과한 겁니다. 지금은 그 첫 번째 문조차도 넘지 못했어요.
▶조한송 기자
하락장에서 전세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이 여파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상승하는 패턴인데요. 아직 전셋값 하락이 충분치 않고, 집값 상승을 뒷받침하기도 어렵다는 얘기인가요?
▶김기원 리치고(데이터노우즈) 대표
그렇죠. 먼저 집값이 바닥을 다지려면 전세 수급이 개선돼야 하고요. 두 번째는 매매 수급 차트에서 매도세가 줄고 매수세가 늘어야 해요. 2013~2014년 상황이 그렇죠. 이렇게 매매수급지수도 바뀌어야 대세 상승을 논할 수 있어요. 제가 최근 데이터 보고 놀란 부분이 있어요. 지금은 거래가 없기 때문에 실거래가나 통계 차트보다는 호가 추이를 봐야 해요. 혹시 전셋값이 지금 몇 년도 가격까지 내려갔을 것 같나요?
▶조한송 기자
2018년 정도일까요?
▶김기원 리치고(데이터노우즈) 대표
저도 놀랐는데 강남도 2016~2017년 가격까지 내려갔어요.
▶조한송 기자
매도 호가 추이를 보여주시죠.
▶김기원 리치고(데이터노우즈) 대표
네. 서울 기준 1000가구를 넘는 주요 단지를 볼게요. 반포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퍼스티지’를 볼게요. 지난달 26일 기준 85㎡(이하 전용면적)의 최저 매도 호가가 32억원이었어요. 대책 발표 전날인 지난달 2일 기준 31억원이었고요. 근데 지금도 최저 매도 호가가 31억원입니다. 오히려 매도 호가가 떨어졌죠. 최근 6개월 동안 래미안퍼스티지의 매도 호가가 12%가 빠졌어요. 지금 31억원이면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 사이의 가격이에요. 전세는 상황이 더 심각해요. 전세는 호가가 최근 6개월 동안 27.8% 떨어졌어요. 전세 최저 호가가 11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지금 13억원 정도 됩니다. 13억원이면 2016년, 11억원이면 2015년 전셋값이에요. 저도 놀랐어요. 이것만 봐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하락이에요.
잠실 ‘리센츠’도 마찬가지입니다. 85㎡ 기준 최저 매도 호가가 18억3000만원까지 나왔어요. 1·3대책 이후 변화가 없어요. 오히려 매도 호가가 더 떨어졌어요. 18억 3000만원이면 2019년 10~11월 가격이에요. 1·3대책 발표 이후에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면 매물이 줄어야겠죠? 그런데 더 늘었어요. 매맷값 하락은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이 단지의 가격이 26억원까지 치솟았던 걸 생각하면 지금 싸 보이죠. 벌써 7억7000만원이 하락했잖아요. 하지만 26억원은 너무나도 비이상적인 가격이었고요. 지금 한 19억원 정도에서부터 빠지는 게 진짜 빠지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연 김기원, 조한송
촬영 이상봉, 김이진 PD
편집 이상봉 PD
디자이너 신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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