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역량, 국가 경제·산업 경쟁력과 직결…기업인은 물론 연예인, 시민들도 공감해 기부 행렬 동참
배우 이승기가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발전기금 3억원을 약정한 가운데, 카이스트로 사회 각계각층의 기부금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 역량이 국가 경제·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이기에 기업인은 물론 연예인과 시민들도 공감하는 모습이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등에 따르면 이승기가 오는 3일 카이스트 서울 분원 캠퍼스에서 ‘3억원 발전기금 약정식’을 체결한다. 기부금은 카이스트 뉴욕캠퍼스 추진기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승기는 카이스트가 글로벌 대학으로 발돋움해 미래 인재를 육성해달라는 취지로 발전기금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는 지난달 31일 기준 누적 발전기금만 4949억원으로 집계됐다. 1971년 개교 이래 52년간 기부된 금액으로, 매년 평균 100억원 가까운 자금이 학교에 들어왔다. 기부자 수는 1만5000여명에 달하고, 기업 명의와 익명 기부자 등을 더해 총 13만8000여건에 달한다.
고액 기부도 눈에 띈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은 2020년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총 766억원을 쾌척했다. 그에 앞서 2008년 8월 ‘한의학계 대부’ 고(故) 류근철 박사는 서울·경북에 소유하고 있는 건물과 임야 등 평생 모은 전 재산 578억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놨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500억원)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515억원) 등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재 100억원을 카이스트 창업 분야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과학기술 강국을 키워달라며 기부했다.
“발전기금 1일 1억 유치하겠다”…’괴짜’ 이광형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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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로 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2년 사이 ‘괴짜’ 이광형 총장 효과도 두드러진다. 이 총장은 2021년 3월 취임 당시 학교에는 절반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기부금 유치를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가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그는 “앞으로 하루 1억원씩 모금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총장은 카이스트 개교 이래 기부금을 가장 많이 유치한 교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문술 전 회장은 이 총장과 인연으로 두 차례 걸쳐 총 515억원을 기부하면서 “이광형이 기부금을 집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당시만 해도 카이스트를 대상으로 한 개인 자금 기부가 10억원을 넘는 게 매우 드물게 여겨지던 때였다.
이 총장은 오랜 기간 카이스트가 초일류대학이 되려면 아무도 하지 않는 연구, 최고보다 최초, 정답 찾기보다 질문 등에 나서야 한다고 설파해왔다. 이런 뜻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기부도 덩달아 늘었다. 이 총장이 취임한 지 2년 만에 현금·토지 등 10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이 학교로 들어왔다. 삼성전자(200억원) 롯데그룹(140억원) SK가스(40억원) 등 기업 기부도 이어졌다.
동문 네트워크를 통한 기부도 두드러진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카이스트 동문 중 가장 많은 100억원을 쾌척했다. 또 카이스트 전산학부 출신 크래프톤 전현직 직원들이 55억원을 기부했다. 로봇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명예교수도 50억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놨다.
지난해부터 일반인 소액 기부도 늘고 있다. 꼬깃꼬깃 접힌 현금 3만원부터 코로나19로 별세한 어머니의 뜻을 기려 500만원을 익명 기부한 사례도 있었다. 이 외에도 결혼 40주년 기념 1000만원 기부 등이 있었다. 이들 모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기부하면서도 “국가 미래 경쟁력인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카이스트가 힘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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