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희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저희는 제대로 문제 제기하지 못했지만 알고케어는 온 힘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롯데헬스케어와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불거지자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나왔던 말이다. 곳곳에서 크든 작든 유사한 피해를 경험했다는 스타트업들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아이디어 도용이나 기술 탈취 의혹이 실제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대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공포감 때문에 업계에는 ‘왠만하면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이겨도 문제다. 계열사가 많고 사업영역이 넓은 대기업 특성상 미래의 협력 파트너나 고객사가 될 수도 있는데 이 기회를 날린다는 우려 때문이다. 분란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잘못된 이미지가 덧씌워질까도 걱정이다.
대응 자체로 손실인 점도 문제다. 기껏해야 직원이 10명에서 50명 수준인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기업과의 분쟁은 엄청난 비용이다. 금전적 비용은 차치하고 제품·서비스 개발은 물론 투자유치 등 경영 전반이 차질을 빚으며 입는 손실이 막대하다. 논란 발생 시 효율적인 대응 절차나 방식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낮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논란의 진행 과정을 공부하는 심정으로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분쟁에서 스타트업은 이겨도 이기는 게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키우소(vs농협), 생활연구소(vsLG유플러스), 케어네이션(vsNHN), 팍스모네(vs신한카드) 등 몇년 새 불거진 분쟁 사례들도 모두 이 같은 리스크를 감안한 스타트업들의 벼랑 끝 선택이다.
아이디어 도용·기술 탈취 논란들이 모두 대기업의 잘못은 아니다. 통상적인 대기업의 해명처럼 업계 보편적 기술·서비스를 스타트업이 확대 해석한 경우일 수도 있다. 대기업의 억울한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문화가 확산되면서 유사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번 알고케어 사건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서 전담 공무원을 파견하고 행정조사, 기술분쟁조정·중재, 소송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가 앞으로 보여줄 대응 하나하나가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에 주는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스타트업의 이목이 중기부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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