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대행 플랫폼 업계 합종연횡이 본격화됐다. 엔데믹으로 배달시장이 주춤하면서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체 간 동맹이 강화될 전망이다. 과거엔 지역 배달지사에 금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성장을 노렸다면 이제는 내실 성장을 꾀한다.
배달건수 1위 업체인 바로고는 또다른 배달대행 플랫폼 ‘딜버’ 운영사인 더원인터내셔널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 올 상반기 합병한다고 1일 밝혔다. 합병 후에도 바로고와 딜버 브랜드 및 플랫폼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각사 노하우의 개발력을 적극 공유키로 했다.
2018년 출시한 딜버는 누적 배달건수가 5394만건으로 바로고(2020년 약 1억3000만건)에 비하면 규모는 미미하지만, 지난해 연간 배달건수가 전년 대비 40% 증가했을 정도로 성장성이 높다. 또 업계 최초로 애플 iOS 기반 라이더 앱을 출시하고 경로·배차 추천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등 플랫폼 기획·개발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바로고는 딜버와의 합병으로 배달대행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바로고 관계자는 “딜버는 개발력이 업계 순위권에 드는 기업”이라며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배달 인프라를 통합해 서비스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라스트마일 시장을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달 지사장에 수억 대여금…”출혈경쟁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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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이번 합병을 배달대행 플랫폼 시장의 합종연횡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배달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배달대행 플랫폼 업계도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만큼, 생존을 위한 M&A(인수·합병)가 본격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실제 배달대행 매출 1위였던 메쉬코리아(부릉)도 자금난에 빠지면서 물류기업으로 도약을 노리는 hy(옛 한국야쿠르트) 품에 안기게 됐다.
이 외에도 다수의 배달대행사가 올해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하면 매각수순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바로고가 지난해 1월 케이스톤파트너스로부터 5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을 제외하곤 지난 1년간 업계 신규 투자도 마른 상태다.
눈여겨볼 점은 바로고가 배달지사나 가맹점·라이더 등 배달 인프라가 아니라 IT 기술력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기존 배달대행 플랫폼은 인프라 확대에만 골몰해왔다. 지사장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목돈을 대여금 명목으로 빌려주는 대신 자사 플랫폼을 쓰게 한 게 대표적이다. 인기 지사를 확보하면 배달대행 건수와 라이더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서다.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배달대행 플랫폼사 간 ‘출혈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건수가 많은 지사장은 A플랫폼으로부터 1억원의 대여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B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2억원을 빌려 간다”라며 “우리 플랫폼을 계속 써주길 바라며 자금을 융통해주는 건데 체리피킹만 거듭되니 플랫폼도 이젠 출혈경쟁을 지양하자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상대적으로 배달 수요가 줄면서 지사 및 라이더 확보 부담이 줄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려면 플랫폼 본연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고가 인프라보단 ‘편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기술력에 베팅한 배경이다. 바로고 관계자는 “현금성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 활동이 성행하는 기존 업계 악습을 깨고 시장 성장 동력 확보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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