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사이드] 정도영 삼정회계법인 상무
벤처투자 시장 위축으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유치가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몸값을 지키려는 스타트업과 저가 매수하려는 투자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투자를 받으면서도 최대한 기업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2016년 국내 회계법인 중 처음으로 스타트업 전담조직을 출범한 삼정회계법인이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의 ‘해결사’로 나섰다. 정도영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회계와 세무 등 회계법인의 전문성과 글로벌 투자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자금난을 해소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스타트업 잇는 투자 ‘결정사’ 역할 톡톡
━
투자시장이 악화했지만 대기업은 유망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사업 시너지가 있거나 투자의향이 있는 기업을 직접 찾기란 쉽지 않다. 삼정회계법인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투자기업과 스타트업을 매칭하는 일종의 ‘결정사'(결혼정보회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정 상무는 “삼정회계법인은 대기업이 어떤 회사에 투자하고 어떤 산업을 성장시키고 싶은지 알고 있지만, 스타트업이 이 정보를 알고 직접 대기업과 만나긴 어렵다”며 “최근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시너지를 고려해 매칭하면 재무적 투자자(FI)들도 같이 투자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투자혹한기에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역할도 한다. 무인 판매기 전문업체 인터마인즈가 대표적이다. 삼정회계법인이 인터마인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첫 투자유치를 추진하던 2019년이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우수했지만 매출은 미미했던 인터마인즈는 삼정회계법인의 자문을 받고 이마트 그룹으로부터 첫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지난해 8월에는 시리즈B 투자까지 유치했다. 인터마인즈의 누적 투자금은 124억원에 달한다.
“신·구주 밸류 조정으로 윈윈 솔루션 제시”
━
투자자문의 핵심은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삼정회계법인은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이 즐겨 찾는 투자 솔루션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인 ‘조건부지분인수(세이프·SAFE)’다. 세이프는 투자시점이 아닌 후속투자를 유치할 때 기업가치나 투자자의 지분율을 결정하는 계약이다. 스타트업은 낮은 기업가치에서 투자금을 받는 대신에 손익분기점(BEP) 달성 등 일정 경영목표를 달성한 후에 기업가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구주와 신주를 섞어 기업가치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구주는 할인된 가격에 거래하는 대신 신주는 구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하는 방식이다. 공식적인 기업가치는 신주를 기준으로 산정해 투자자의 부담은 낮추면서도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기존 투자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효과도 있다.
구조조정으로 늘어나는 CFO의 공석을 삼정회계법인이 대신해주기도 한다. 정 상무는 “BEP 달성이나 자금유치 등 CFO의 전통적인 역할은 회계법인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라며 “스타트업이 높은 CFO 연봉을 감당하지 못해 공석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삼정회계법인이 자문 형식으로 이를 대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상무는 투자 혹한기 기업가치 낮아질 때 일수록 회계법인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직전 기업가치보다 낮아지면서 지분구조가 완전히 뒤바뀌는 상황이 늘고 있는데 이는 회계법인이 전문성을 살려 디테일하게 조정할 수 있다”며 “자문수수료도 성공보수로 받아 초기 스타트업의 부담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
유니콘팩토리
‘]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