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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0억원 풀겠다” 주주에 약속해도 힘 못 쓰는 KT&G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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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lashlight Capital Partners 이하 FCP)와 안다자산운용의 요구사항을 무시한 KT&G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지난 9일 9만원 선에 안착 후 연일 소폭 상승세를 보였던 KT&G의 주가는 지난 27일부터 하락 전환한 모습이다.

시장에선 투자자들이 KT&G의 향후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KT&G가 올해 주주환원에 8900억원을 투입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제안은 사실상 거부하면서 ‘불통’ 이미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30일 KT&G 주가는 오후 3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21% 상승하는데 그친 9만4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KT&G 주가는 지난 18일부터 영업일 기준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돌연 2.49% 하락한 9만4000원에 마감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KT&G 주식 23억84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외국인투자자들도 56억58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낮은 9만35000원에 시가를 형성했고 장중 주가가 9만33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시장에선 지난 26일 KT&G가 내놓은 입장에 주목했다. KT&G는 이날 기업설명회(IR)을 열고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KT&G는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시 이득보다는 손실이 더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인삼공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장하기 위해선 모회사 KT&G의 자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경만 KT&G CFO는 “KGC인삼공사는 KT&G와 시너지를 공유하면서 성장해왔는데, 분리상장 하게 되면 이런 시너지 상실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인삼과 담배 모두 농산물이기 때문에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있고 면세 채널이나 공동 R&D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시너지가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두 행동주의펀드는 KT&G에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상장과 한국인삼공사 리브랜딩, 사외이사 추가 증원과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영입, 주주환원과 거버넌스 정상화 등을 제안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KT&G의 IR과 관련해 경영진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경영진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며 “KT&G가 주인 없이 20여년을 안주했는데 30년은 왜 안되냐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가 연일 폭락하는 와중에도 고정급으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온 경영진이 마치 KT&G는 자신들의 영토, 주주는 외부의 간섭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이와같은 고질적인 ‘주객전도’ 현상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소수 고위 임원의 안위를 위해 수십만에 달하는 주주들이 고통받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하지만 주주를 무시하는 악습은 올해를 끝으로 종식될 것”이라며 3월 주주총회에서 사측과 격돌할 것을 예고했다.

안다자산운용도 KT&G의 발표에 ‘팥 없는 찐빵’이라고 일갈했다. 3.9조원 규모의 생산시설 투자 방안은 환영하지만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삼공사의 인적분할 관련해 KT&G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투자본부 대표는 “KT&G 경영진은 회사의 현재 주가가 2008년 수준인 것에 대해 아무런 유감의 표시도 하지 않은 채 팥 없는 찐빵처럼 내용 없는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일반 주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희 기자 ljh@

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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