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서상봉 오렌지플래닛 센터장
얼마 전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다. 현지 스타트업 관계자로부터 미국 내 스타트업 대상 투자 환경이 침체됐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의 상황보다 더 심각해 거의 빙하기 수준이라는 전언이다.
스타트업 신의 위축된 상황은 암울한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조사전문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는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전반적 생태계에 대한 평가가 53.7%에 그쳤다. 게다가 스타트업 창업자 10명 중 8명이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위축됐다고 인식했다.
절박한 상황에서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스타트업은 비용긴축에 돌입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실제 지난해 연말에 열린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몸집을 줄였거나 그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한 창업자가 대다수였다. 그런 움직임에서 생존 모색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졌다.
사실 대부분 스타트업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게 현실이다. 매출을 일으킨다고 해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특히 시장에 막 진입한 초기 스타트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데스밸리 구간을 지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전에 간판을 내리는 스타트업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위기상황에서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부족한 인력과 자본으로는 사업적인 검증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조직, 또는 사업구조를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 조직,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변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기업의 생존기반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스타트업이 구조조정에 실패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스타트업이라면 최적의 방식으로 단행해야 한다.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스타트업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매번 어려운 숙제에 직면한다. 숙제는 당연히 CEO(최고경영자)가 앞장서 풀어야 한다. 한 경영구루(Guru)의 조언이 많은 창업자에게 유익할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그 분은 구조조정을 우리가 체중을 줄여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 ‘다이어트’에 비유해 설명해줬다.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근육을 유지하거나 늘리되 지방은 집중적으로 줄여야 한다. 원칙과 기준 없이 체중만 감량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기업의 운영과 성장에 필수인 인적자원 및 사업이 있고 상대적으로 덜 필수적인 부분이 있다. 인적으로나 사업적으로 불필요한 부분에 구조조정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따라서 기업을 경영하려면 항상 위기에 대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이 사업하는 데 있어 ‘지방’이고 ‘근육’인지를 구분해놓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부터 야기된 금융위기 이후 다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국내외 스타트업 대표들이 사업을 시작한 후 이토록 심각한 위기는 처음 겪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의 위기는 특정 분야 스타트업만 겪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타트업 전반에 닥쳤기 때문에 위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더 큰 기회로 삼아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앞서 조언을 주신 분은 삼성전자 권오현 상임고문이며 평소 스타트업 대표를 포함해 많은 기업인에게 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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