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박용석 워터핀 대표 “TRO센서 시장 경쟁구도 만들겠다”
미국의 한 기업이 전세계 99%를 독점하고 있는 ‘선박평형수 총잔류 산화제(TRO) 센서’ 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국내 센서 전문 스타트업 워터핀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신규 건조 선박에 장착되는 TRO센서의 70%를 공급할 예정이다. 업력 7년차 스타트업이 어떻게 독점기업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었을까.
TRO센서는 2019년부터 IMO(국제해사기구)협약에 따라 전세계 모든 선박에 의무화된 ‘선박평형수처리시스템(BWMS)’에 설치되는 장치다. 선박들은 부력·균형 유지를 위해 화물선적량에 따라 배 측면·바닥에 바닷물을 주입·배출하는데, BWMS는 이 바닷물의 미생물·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TRO센서는 BWMS 중 60%에 해당하는 산화제 활용 BWMS들이 적정량의 산화제를 사용하는지 모니터링한다. 또다른 해양오염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독점기업 단점 적극적 공략…”전세계 신규발주량 70%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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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TRO센서 시장은 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해양 관련 인증 등을 빠르게 취득해 시장을 선점했지만 BWMS 제조사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었다. 특히 △내구성 △유지보수 △가격 등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체재가 없었다. 일반 센서 기업이 뛰어들기엔 조선분야의 특수성을 충족시키기 어려웠고, 조선 대기업이 뛰어들기엔 시장이 크지 않아서다.
박용석 워터핀 대표(52)는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봤다”며 “선박 장비들은 수리가 어려워 내구성이 중요하고, 전문인력 부족으로 유지보수가 쉬워야 한다는 점을 공략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까지 더해 시장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2년여간 유럽의 어마퍼스트, 한국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BWMS 점유율 6위 안에 들어가는 기업 3곳과 실증평가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이들은 자사의 신규 선박용 BWMS에 전량 워터핀의 TRO센서를 쓰기로 결정했다. BWMS 제조 3사가 계약한 물량은 연간 2000여대다.
박 대표는 “전세계 신규 선박에 장착되는 TRO센서 규모는 연 2500대 이상으로 이중 70% 수준을 가져온 셈”이라며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으로 올해 워터핀은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력·네트워크로 시장공략…수요처들 “더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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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가 BWMS 제조사들의 수요와 공략 지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력에 있다. 박 대표는 창업 전 국내 BWMS 제조 1위 기업인 테크로스에서 10여년간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업계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네트워크도 풍부했다.
그렇다고 손쉽게 시장에 진입한 것은 아니었다. 독점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그만큼 높은 완성도와 기술력이 필요했다. 박 대표는 “사실 어떤 샘플을 요구할 때는 좀 미루고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그러나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속도가 생명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창업 후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대목이다.
워터핀의 TRO센서를 받아본 BWMS 제조사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어마퍼스트사의 경우 LNG선 등 방폭형 선박의 TRO센서까지 추가 구매의사를 밝혔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100’ 지원 대상 기업으로 원터핀을 선정, 주관기관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2억원의 R&D(연구개발) 비용과 기술 멘토링 등을 지원했다.
올해부터 본격 성장…”센서 국산화에 기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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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아직 구형 선박에 장착된 경쟁사의 TRO센서를 떼고 워터핀의 센서를 장착하는 단계까지는 오지 못했다”고 했다. 구형 선박의 TRO센서 교체 수요는 연 5만~6만개로 신규 선박용(2500대)의 20배 이상으로 추산된다. 박 대표는 “구형 선박의 TRO센서 교체 시장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교체 시장까지 포함할 경우 시장은 연간 8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TRO센서 교체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 센서 사업을 정수장, 수영장, 하수처리장 등 ‘육상수’ 처리 분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알고리즘만 바꾸면 육상수 분야의 센서로도 바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육상수까지 하고나면 센서 분야 포트폴리오를 늘려갈 것”이라며 “대부분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각 분야의 센서들을 기술력으로 국산하고 해양·수질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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