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동우글로벌 김용규 대표, ‘자가 봉합형’ 마이크로니들 개발
‘아프지 않은 주사’
25년 전, 반창고처럼 붙이는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패치가 세상에 나왔을 때, 주삿바늘 공포는 곧 끝날줄 알았다. 마이크로니들은 우리 몸에 약물을 전달할 때 피부 각질층을 통과해 진피층(표피 아래 두꺼운 세포층)으로 약물의 유효 성분을 전달하는 경피 약물전달시스템을 말한다. 주사공포증·쇼크 해소는 물론 의료 폐기물 감소 등의 효과가 있어 의학계의 큰 주목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도 병원에선 여전히 주사기를 쓴다.
바이오 스타트업 동우글로벌 김용규 대표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의 인터뷰에서 “아쉽게도 마이크로니들 중 의료용으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건 단 1개도 없다”고 밝혔다.
왜 일까? 김 대표에 따르면 약물 정량 전달이 문제다. 기존 시판 중인 마이크로니들은 약물 전달률이 30% 정도로 효능을 볼 수 있는 정량(97%) 전달이 어려워 피부미용 정도로 용도에 제한이 있다.
김 대표는 약물의 정량 전달이 힘든 이유에 피부 삽입 시 미세바늘이 부러지는 현상과 약물이 피부 밖으로 누출되는 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먼저, 1000마이크로미터(μm, 100만분의 1미터) 이하 미세바늘이 각질층을 통과하기 전에 강도 문제로 바늘이 부러진다. 또 진피층까지 미세바늘이 들어가면 체액에 의해 녹게 되는 데 이때 이미 벌어진 피부 밖으로 약물이 체압을 받아 빠져나간다. 장시간 열려진 피부는 2차 감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니들의 물리적 강도 조절이 난해해 피부 밖에서 부러짐 현상이 발생하는 데다 녹는 시간도 조정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동우글로벌은 마이크로니들 시장의 후발주자지만 이 같은 선행 기술의 문제점을 포스텍(옛 포항공대), 서울의대 등과의 산·학 협업과 특허기술 등으로 풀었다.
동우글로벌은 ‘자가 봉합형’ 마이크로니들이란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는 미세바늘의 종횡비를 자유롭게 설계·제조할 수 있어 필요한 약물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데다 피부 삽입 후 생분해성 접착재료로 5분 내에 피부가 닫히도록 만들어 약물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이를 통해 정량의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포스텍 임근배 교수의 다년간 연구와 협업을 토대로 회사가 보유한 반도체 제작, 초정밀 가공, 공정 몰드 설계 기술의 노하우를 접목해 마이크로니들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우글로벌은 지난해 10월 의료기기 제조 전문기업 엔도비전, LG화학 등과 함께 마이크로니들 기반 상처 회복 피부보호제 ‘키오모 엠쓰리'(KIOMER M3)를 내놨다. 이는 세균을 99.9% 제거하는 항균력과 보습 기능, 지혈 기능 등을 갖췄다.
‘심근경색 치료 패치’도 개발 중이다. 심기능 향상을 위한 성장 호르몬이 탑재됐다. 지속적으로 박동하는 심장 표면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부착하고 생분해된다. 이는 장간 유착을 방지하는 기능도 함께 지원한다.
김 대표는 “인체 내 심장, 간 등 장기에 직접 마이크로니들을 붙이는 시도는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장기 출혈을 막고 장기나 신경이 서로 달라붙는 현상을 막아주는 한편 장기 회복을 촉진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상처 봉합 패치, 지혈제가 탑재된 마이크로니들 복합체 등도 연구개발 중이다.
동우글로벌이 본격적인 제품 생산 공정을 확보하는데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하는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스타트업 100’ 사업의 도움이 컸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니들 양산공정을 위한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공장 구축과 등급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부장 스타트업 100’ 기업으로 선정되면 2억원 내외 사업화 자금과 기술 역량에 따른 교육, 멘토링 등을 지원 받는다.
김 대표는 “자가 봉합형 마이크로니들은 주사 공포증 해방은 물론 경구약을 대체해 약물의 독소를 원천적으로 줄여 장기를 건강하게 해준다”며 “전세계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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