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승진에서 탈락하자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중국에 넘긴 국내 반도체 대기업·중견기업 전·현직 직원 6명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가장 규모가 작은 기업의 피해액만 해도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과 대전지검은 반도체 웨이퍼 연마 관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 등 위반)로 국내 중견기업 전직 직원 A씨(55)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기술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해 주범을 구속한 뒤 검찰에 송치한 첫 사례다.
특허청에 따르면 주범인 A씨는 임원 승진에서 탈락하자 2019년 6월 중국업체와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CMP 슬러리) 제조사업을 동업하기로 약정한 뒤 메신저 등으로 중국업체의 생산시설 구축과 사업관리를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다른 중견기업과 대기업 연구원 B씨(52·구속)·C씨(42·구속)·D씨(35·불구속) 등 3명도 스카우트해 2019년 9월부터 중국업체에 각각 부사장·팀장·팀원급으로 이직시켰다. 이후 자신도 2020년 5월 중국업체의 사장급으로 이직했다.
이들은 컴퓨터와 업무용 휴대전화로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기밀자료를 열람하면서 개인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수법 등으로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유출 자료에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연마패드 관련 첨단기술과 반도체 웨이퍼 연마공정 관련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
이들은 중국업체로 이직하면 연봉을 2~3배 더 받을 것으로 보고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경찰은 지난해 3월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중국업체로 이직한 연구원 C씨와 D씨 등 2명에 대한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뒤 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귀국하자 추적·잠복수사를 통해 소재지를 파악, 증거를 확보했다. 기술경찰은 C씨와 D씨 외에 공범 4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추가 수사를 통해 일당 6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피해 기업 3곳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회사에서는 이번 기술유출로 1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A씨가 근무했던 회사의 경우 유출된 자료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전에 구속해 추가 피해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기업은 구체적인 피해액을 밝히길 꺼리는 상태다.
기술이 유출된 3개사는 CMP 슬러리·패드 등 반도체 공정 소재를 제조하거나 메모리반도체를 제조하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 합계가 66조원 규모에 이른다.
앞서 삼성전자 (64,600원 ▲700 +1.10%)의 자회사인 세메스에서도 중국에 기술이 유출돼 곤욕을 치렀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세메스 전 연구원 E씨 등 2명과 기술 유출 브로커, 세메스 협력사 대표 F씨 등을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 기소했다.
E씨는 퇴직 후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의 핵심 도면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E씨 등은 중국인 브로커와 함께 1200억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씨와 F씨는 지난해 5월 산업기술보호법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같은 해 7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을 받고 4개월 뒤인 11월 법원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가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서 다시 구속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반도체 기술 자료를 빼돌린 삼성전자·삼성엔지니어링 전·현직 연구원과 협력사 임직원 10명이 무더기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당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소속 연구원 G씨와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H씨 등을 기술 유출 혐의로 기소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