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초긴축 투자 모드,
작년 4분기 투자 8건뿐 ‘출범 이후 최저’…
막대한 적자에 최대 기술펀드도 몸사려…
‘미다스의 손’ 옛말, 투자기업마다 추락
유망 기술기업을 발굴해 거금을 투자해 온 세계 최대 기술펀드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가 초긴축 자금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 증시 폭락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투자 건수와 투자금 규모가 정점 대비 10분의 1 수준을 밑돌았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지난해 4분기 8개 기술기업에 총 21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하는 데 그쳤다. 이 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3억5000만달러(약 4300억원)에 불과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분기당 투자 건수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글로벌 투자 시계가 멈췄던 2020년에도 비전펀드는 분기당 10개 이상 기업에 자금을 배분했다. 규모가 정점에 달한 2021년 3분기에는 97개 기업에, 총 300억달러(약 37조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이 투자 규모는 1년여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 세계 기술기업 투자를 쥐락펴락하던 비전펀드의 기조가 바뀐 건 최근 수년간 입은 막대한 규모의 손실 때문이다. 매년 쌓인 비전펀드 손실은 소프트뱅크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지난해 2분기 소프트뱅크는 3조1267억엔(약 30조원)의 순손실을 내며 1981년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갑작스런 파산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에도 1억달러(약 120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야후재팬 등 투자로 천문학적인 차익을 내며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손 회장의 신화가 끝났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실제 손 회장은 지난해 실적발표 행사장에서 “큰 수익을 내고 있을 당시 기고만장했던 것이 부끄럽다”며 “돌이켜보며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비전펀드는 알리바바·쿠팡 등 투자기업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금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메타(페이스북)·알파벳(구글) 등 지분은 일찌감치 전량 처분했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면 중단했다.
손 회장이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보수적으로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비전펀드의 이 같은 투자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손 회장의 느낌에 의존한 스타트업 거액 투자, 가치가 오를 대로 오른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투자 등 파격적인 사례도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 경기침체 경고 등으로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이 냉각되면서 상장을 통한 자금 회수 방식의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소프트뱅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세콰이어캐피탈 등 미국의 대형 벤처투자 업체들도 긴축 중이라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대체자산 데이터 분석기관인 프레킨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털 투자는 전년 대비 37% 감소한 5270억달러(약 650조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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