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최근 3개월 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역전세 비중이 1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역전세는 전셋값이 하락해 전세를 갱신하거나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할 때 이전 계약보다 보증금이 낮아진 경우를 말한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만큼의 목돈이 없는 집주인들은 하는 수 없이 세입자의 전세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는 역월세 현상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20일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 호갱노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근 3개월 사이 서울에서 역전세가 발생한 거래 건수는 5113건으로 집계됐다. 호갱노노는 2년 전 평균 전세가 대비 하락 거래가 이뤄진 경우를 역전세로 집계한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4만8건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12%가 역전세 거래인 셈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서구가 499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 433건 △노원구 385건 △강남구 378건 △양천구 356건 △강동구 344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밸리9단지의 경우 전용 59㎡가 지난 13일 4억3000만원에 전세 갱신계약이 이뤄졌다. 이전 보증금은 5억8000만원으로 1억3000만원 내려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보증금이 6억원이던 전용 59㎡ 전세가 이달 들어 1억원씩 깎인 5억원에 갱신 거래된 사례도 2건이나 있었다. 이달에만 이전 보증금 대비 하락한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은 건수는 5건에 이른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지난 18일 9억원에 전세 갱신계약을 맺었다. 이전 전세 보증금 12억원 대비 3억원 깎인 금액이다. 11억5000만원에서 9억5000만원(전용 84㎡)으로, 9억6000만원에서 7억원(전용 59㎡)으로 수억원씩 내린 전세 거래가 속출했다. 보증금을 한 푼도 올리지 못하고 같은 가격에 계약을 맺은 거래도 이달에만 10건에 달한다.
전세 수요가 많아 높은 전셋값을 기록했던 서초구도 역전세난을 비껴가진 못했다. 서초구 대표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지난 5일 종전 보증금보다 2억원 떨어진 14억원에 전세 갱신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2월에도 기존 보증금 14억1750만원을 11억원으로 3억원 이상 깎아 갱신 계약을 맺는 등 역전세 사례가 발생했다.
한편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일주일 동안 0.79%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0.95%의 내림폭을 나타낸 이후 하락폭이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45로,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전세매물이 많은 ‘공급우위’, 200에 가까우면 그 반대인 ‘수요우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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