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 상단이 8%까지 올랐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5대 은행 모두 6%로 내려앉았다. 설 연휴 전후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린 덕분이다. 인하 폭도 1%포인트 안팎으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금리 앞자리가 달라졌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연휴 시작 직전인 지난 20일 NH농협은행의 변동금리는 5.18~6.28%로 떨어졌다. 하루 전만 해도 5.98~7.08%이었는데 0.8%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로 0.8% 낮추기로 했지만, 별도 조건 없이 모든 고객에게 일괄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날 우리은행도 주담대 변동금리를 0.4%포인트 낮춰 5.96~6.96%를 기록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6.36~7.36%였는데 하루 만에 하향 조정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에도 주담대를 비롯해 전세대출의 가산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추가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KB국민은행은 설 연휴 직후인 26일부터 금리를 낮춘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신규 코픽스 기준 최대 1.05%포인트 인하하고, 주담대 변동금리는 신규 코픽스 기준 최대 1.05%포인트, 신잔액 코픽스 기준 최대 0.75%포인트 내린다.
인터넷뱅크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17일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0.7%포인트 인하하면서 신규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연 5.62%에서 연 4.92%로 낮아졌다. 마이너스통장 최저금리도 연 6.13%에서 연 5.43%로 떨어졌다.
대출금리 낮춘 배경은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내리고 데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을 향해 연달아 경고장을 날리는 중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연체와 부실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은행권의 보다 세심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지난 18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 점검·모니터링하겠다.”(지난 10일 임원회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대출금리 인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산정에 영향을 주는 시장금리도 하향 안정화하는 단계다. 은행채 AAA 1년물 금리는 19일 기준 3.774%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5%까지 치솟았다가 가라앉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발표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지난해 12월 기준)도 전달(4.34%)보다 0.05%포인트 낮은 4.29%로 집계돼 주담대 금리 인하에 영향을 줬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인 예·적금과 은행채 금리가 오를 경우 코픽스가 오르고,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다. 은행 주담대 금리는 대부분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다.
대출 연체율은 소폭 상승중
한편 대출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7%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01%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난해 11월 말 기업 대출 연체율은 0.29%, 가계 대출 연체율은 0.24%로 집계됐다. 각각 전월보다 0.03%포인트, 0.02%포인트씩 뛰었다.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2019년 말 0.36%를 기록한 이후 2020년 말 0.28%, 2021년 말 0.21%로 낮았졌다. 그러나 최근 가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처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낮은 연체율이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아직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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