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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3억 떨어져서 가봤더니…”손님, 그건 직거래예요”

아시아경제 조회수  

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네이버 부동산에서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의 실거래가를 보고 급하게 근처 공인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4개월 전에 11억8500만원에 팔린 아파트가 헐값인 9억원에 거래돼 비슷한 매물이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직거래여서 싸다’는 말뿐이었다. 김씨는 “집값이 하도 떨어졌다길래 기대했는데 그 가격에 나온 매물은 없더라”면서 “아무리 직거래라지만 더 비싼 가격으로 사자니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는 직거래 비중이 급증했다. 올해 겨울 서울에서 사고 팔린 아파트 5채 중 1채는 직거래였다. 상당수가 가격을 시세 대비 수억원씩 낮춘 것으로 보아 가족 간 증여성 매매일 가능성이 짙다. 전문가들은 이상 저가 거래가 매도자와 매수자의 호가 격차를 키우면서 부동산 거래절벽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19일 아시아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796건 가운데 22.4%인 178건이 직거래로 집계됐다. 직거래 비중은 2021년 9월 5.2%에서 ▲12월 12.2% ▲2022년 3월 13.3%로 늘다가 ▲6월 10.3%로 주춤하더니 ▲9월 17.4%로 급증해 이제 20%를 넘어섰다. 올해 1월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현재까지 총 176건 중 38건(21.6%)이 직거래로 파악된다.

직거래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공인중개사 없이 집을 직접 사고파는 방식이다. 통상 중개수수료를 아끼거나 세금을 절약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일 거래된 서울 강동구 명일동 현대 131㎡는 최저 호가 16억원보다 4억5000만원 싼 11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2월14일 팔린 서울 서대문구 DMC파크뷰자이 84.9㎡ 역시 최저 호가 11억원보다 2억5000만원 저렴한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직거래 가운데 이처럼 시세보다 수억원씩 낮춘 거래 상당수를 배우자나 자녀 등 특수관계인 간 증여성 매매로 추정한다. 거액의 세금을 내고 증여하는 대신 낮은 가격으로 팔면 세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시가와 거래 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또는 3억원보다 낮으면 정상 매매로 인정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문제는 극심한 부동산 침체기에 가격을 크게 낮춘 직거래가 시장을 교란하며 거래절벽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 매수자는 이전 거래의 유형에 상관없이 보다 비싼 가격에 집을 선뜻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도자 입장에서는 직거래 때문에 호가를 낮추고 싶지 않아 한다. 결국 매수인과 매도인이 각각 부르는 호가 격차가 커지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집을 꼭 팔아야만 하는 집주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싼값에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 이 결과로 시세는 더 낮아지게 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직거래는 요즘과 같은 조정기에 증여세를 아끼기 위한 가족 간 거래의 수단이 된다”면서 “직거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상 저가 거래는 집값 하락의 낙폭을 키우고 거래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지자 특수관계인 간 이상 고·저가 직거래에 대한 고강도 기획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저가 직거래를 불법 거래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 거래 침체 속에서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 조치해 투명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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