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의장공장/사진제공=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가 11일 올해 10년만에 생산직 직원을 대규모로 채용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국내 취업시장이 요동쳤다. 지난해엔 기아가 5년만에 생산직 직원을 뽑았다. 생산직 100명을 채용했는데, 4만9432명이 지원해 경쟁률 500대1을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은 교과서에서도 꼭 언급하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내연기관차에 익숙해진 숙련공보다도 완전히 새로운 조립 방식을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신입 생산직 직원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운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건 쉽게 말하면 나갈 사람이 나가지 않아서다. 누가봐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직원이 높은 연봉을 받으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새 인력을 충원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기아 국내 공장보다 미국, 유럽 공장의 생산성이 월등히 높다는 건 이미 유명하다. 정당한 해고가 어려워지니 고용마저 악영향을 받는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유연성은 141개국 중 97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6개국에서는 34위에 해당한다. 사실상 최하위다. WEF는 2020년부터는 코로나19(COVID-19)로 관련 집계를 중단했으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학계 관측이다.
WEF는 △해고비용 △고용·해고 관행 △협력적 노사관계 △임금결정 유연성 △적극적 노동정책 △노동권 △외국인근로자 고용 용이성 △노동시장 이동성 등 8개 항목의 평균치를 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평가하는데, 한국은 1개 항목을 제외하고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해고·고용이 어려운 상황은 비단 현대차·기아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21년 7월 조사한 전국 30인 이상 52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3.7%)이 고용·해고 유연성이 낮은 이유를 ‘징계, 성과 부진에 따른 개별적 해고를 어렵게 하는 법제도’라고 답했다.
‘평생직장’ 日도 직무능력 없으면 ‘해고’…”근무실적·적격성 이유로 한 통상해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국은 직무능력이 부족해 해고된다기보다 모두가 인정할만한 법적·도덕적 문제를 일으켜 해고되는 ‘징계해고’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례도 해고를 징계로 생각해 정당성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짙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해고 규정은 정직, 감봉 등 징벌과 병렬적으로 열거되는 수준이라 형식상 통상해고 규정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은 일신상·행태상 사유에 의한 해고를 명확히 인정하거나 해고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한다. 미국은 별도의 해고 제한 규정이 없는 임의고용이 원칙이다. 일부 법률, 노사간 단체협약, 공공정책 등에 의해 예외적으로 해고가 제한된다.
독일은 사회적 정당성이 없는 해고를 제한하고 있지만 근로자 일신상·행태상 사유에 의한 해고를 인정하고 있다. 업무 능력이 심각하게 결여되면 사용자가 해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평생직장 문화가 강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인력 충원이 어려우니 자동차 등 국내 경제를 이끄는 산업의 경쟁우위를 크게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차산업 시대에 발맞춰 불필요한 인력은 덜어내고 새로운 피를 수혈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높은 해고 장벽에 막혀 이를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대차·기아는 구조조정, 해고를 언급할 수도 없지만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3월 생산직 직원 5000명을 해고했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한 다임러그룹은 2021년 직원 2만명을 줄이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모두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에 발맞춘 인력 조정이었다.
경총은 과거에는 단순반복적 노무와 장기고용 관행이 보편적이었지만 오늘날은 창의성과 성과를 중요시하는 근로환경으로 변화한 만큼 근무실적·적격성 등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경총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사유를 주요 국가들과 같이 고용을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 행태상의 사유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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