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뉴욕타임스(NYT)·인사이더 등 미 현지 매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트위터’ 본사에 화장지가 끊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일론 머스크 CEO가 기업 비용 절감 계획의 일환으로 청소 용역업체와 계약을 끊으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고 한다.
이용자 수가 1억명을 넘는 실리콘밸리 대표적 빅테크 기업조차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할 만큼, 지금의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국내 기업 현장에서도 트위터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직장인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법카도 눈치 보여” 더 팍팍해진 직장인 삶
본지 기자가 만난 중소기업 직원들은 모두 지난해보다 사내 복지 여건이 팍팍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김포 한 기계 설치 업체 직원인 A(29)씨는 업무를 위해 출장을 나갈 때 편의성이 확연히 줄었음을 체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장기 출장을 나가면 회사에서 고생한다며 좋은 호텔을 예약해 줬는데, 지금은 장기 숙박을 해도 허름한 모텔 같은 곳에 묵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이어 “법인 카드 한 번 쓰는데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불경기가 왔다는 걸 이런 식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 홍보사에서 동영상 제작을 한다는 B(31)씨는 “애초부터 빡빡한 직장이었기 때문에 복지라고 할 것이 없었다”면서도 “이제는 기본적인 근무 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우스·충전기 등 소모성 비품도 사비를 들여 직접 마련하고 있다”며 “한 개에 5000~6000원쯤 하는 사소한 물품들이긴 하지만, 일은 끝도 없이 늘어나고 월급은 그대로인 마당에 기운이 빠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코로나 특수’ 끝난 IT 기업도 허리띠 졸라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IT 기업, 스타트업 등도 마찬가지다. 국내 양대 테크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는 오는 3월1일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밀도 있는 업무 환경이 중요해졌고, 소통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책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비대면 서비스 추세와 맞물려 개발자 모시기에 한창이었던 게임 회사, 스타트업도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데 열중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주 재원인 벤처캐피탈(VC)도 투심과 함께 얼어붙었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 기업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VC 투자 건수는 318건, 규모는 2조2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건수는 47%, 투자 규모는 49% 각각 하락했다.
복지 축소보다 고용 불안이 더 큰 고민
복지 혜택이 축소되는 등 근무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지만, 직장인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고용 불안감’이다.
당장 현금이 바닥나 문을 닫게 생긴 기업이 본격적으로 감원·구조조정 등에 나서면서 해고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불안 우려가 나머지 걱정을 뒤덮어버린 셈이다.
지난달 일자리 애플리케이션(앱) ‘벼룩시장’이 국내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77.3%는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
비정규직(89.9%)이 정규직(67.3%)보다 고용 불안을 느끼는 비율이 높았고, 여성(82.7%)이 남성(72.3%)보다 높았으며, 중소기업 재직자(85.8%)가 중견기업(69.0%)이나 대기업(62.1%) 직원보다 훨씬 불안해했다.
구조조정이 임박한 상황을 가정했을 때, 직장인 38.2%는 “금전전 보상을 제대로 해준다면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답했고, 20.8%는 “연봉삭감 복지 축소를 시행해서라도 구조조정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퇴직금을 넉넉히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근로 조건을 일부 희생해서라도 일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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