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세컨더리(secondary)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컨더리펀드란 사모펀드(PEF)나 벤처펀드 등이 보유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펀드를 말한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기존 투자자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산을 매입하려는 신규 투자자 간 창구 역할을 한다. 세컨더리 펀드 수요가 늘어나자 VC들도 관련 펀드 조성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9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자펀드의 회수총액은 1조 443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회수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54.5% 감소했으며 기업 수 기준으로는 6.4% 줄어들었다. IPO를 통한 자금회수가 어려워지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재조정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투자시장에서는 자금회수 및 저가매수 수단인 세컨더리 펀드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유진자산운용은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지분을 사는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비스톤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조성 중인 이 펀드는 만기는 5년, 1380억을 목표로 결성될 예정이다. 포쉬마크 인수 등으로 유동성이 필요했던 네이버는 투자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나선 상황이었다. 유진자산운용은 저렴한 가격에 우량한 비상장 기업을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펀드를 결성했고, 올해 1분기 안에 거래를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도 세컨더리 투자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컨더리 펀드 출자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는 8년 만에 LP지분유동화펀드 출자사업에 착수했다. LP지분유동화펀드는 기존 벤처펀드 출자자(LP)의 지분을 인수하는 세컨더리 펀드다.
정부는 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하는 펀드의 규모를 2027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모태펀드 출자 대상을 일반 사모펀드도 출자할 수 있도록 ‘한국벤처투자 및 벤처투자모태조합 관리규정’을 개정했다. 세컨더리 펀드가 주로 일반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모태펀드 출자 대상을 확대하고 벤처캐피탈 생태계에 활기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VC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자금 회수가 힘들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세컨더리 펀드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후기 라운드 기업의 구주 거래가 활발해지는 등 VC들의 회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세컨더리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에 발맞춰 세컨더리 펀드 역량을 강화하는 곳도 있다. DT&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LP지분유동화펀드 등 세컨더리 펀드 운용 이력이 있는 운용역을 영입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올해 회수와 펀드 레이징을 전담으로 하는 조직을 새롭게 설립했다. 세컨더리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였던 노승관 이사가 조직을 이끌 예정이다. 자금회수 역량을 키워 세컨더리 펀드 투자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글로벌 대체투자 펀드 중 세컨더리 펀드가 약 6%를 차지했다. 펀드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 7800억원)로 20년 동안 6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 12월 영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러캐피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의 절반이 포트폴리오 조정 시에 세컨더리 마켓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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