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크게 줄면서 11월 경상수지가 석 달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IT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등 주력제품의 수출이 꺾이면서 상품수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6억4000만달러나 줄어든 데다 서비스수지 역시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경상수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국내 경상수지는 6억2000만달러(약 77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68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1년 전보다 74억4000만달러나 줄었다. 상품수지는 전년 동월 60억70000만달러 흑자에서 15억7000만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지난 4월 7930만달러 적자를 낸 뒤 5월 38억5990만달러, 6월 56억980만달러로 흑자폭을 늘렸다. 그러나 7월 7억9110만달러로 흑자폭을 크게 줄였고, 8월(-30억4910만달러) 적자 전환했다. 이후 9월 15억8330달러로 간신히 흑자를 기록했고 10월 8억8340만달러로 두 달 연속 흑자를 냈지만 적자를 겨우 피한 수준이었는데 11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243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흑자폭이 578억7000만달러나 축소됐다.
세부 항목별로는 상품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이 기간 수출은 523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3억1000만달러(12.3%) 감소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반도체·선박·화공품 등을 중심으로 감소하면서 3개월 연속 뒷걸음쳤다. 특히 반도체(통관 기준 -28.6%), 화학공업제품(-16.0%), 철강제품(-11.3%)이 부진했다.
반면 수입(538억8000만달러)은 전년 동월보다 3억2000만달러(0.6%) 증가했다.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4.8%, 0.4%, 0.7% 늘었다. 원자재 중 가스, 석탄, 원유 수입액(통관 기준) 증가율은 각 44.8%, 9.1%, 21.8%에 달했다.
서비스수지도 운송수지 흑자폭이 축소되면서 3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적자폭이 7000만달러 확대됐다. 운송수지는 4억8000만달러 흑자였지만, 1년 전보다 흑자 규모가 12억4000만달러 축소됐다. 지난해 11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69.5%나 떨어진 영향이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여행수지 적자도 7억8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18억5000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가 32억4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5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40억8000만달러 늘어 지난해 8월(6억100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해외주식투자는 주요국 통화긴축 완화 기대 등으로 증가 전환했고, 채권투자는 펀드 등 기타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는 14억9000만달러 늘어 지난해 7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기대 등으로 증가했으며, 채권투자는 단기채권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가 25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2월 본원소득수지, 서비스수지 등에 대한 기초자료가 없어 방향성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면서도 “12월 무역적자 규모가 11월보다 축소된 점을 고려하면 기존 전망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부진, 상품수지가 급감하면서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여행수지 역시 방역 완화로 해외 출국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중국인에 대한 제한적인 입국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는 적자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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